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지며 오랫동안 방치됐던 서울 강서 마곡지구. 과거 서울시의 5개 권역 개발계획에 포함됐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에 부딪힌 데다 후대에 물려줄 땅이 있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그러던 곳이 최근 대기업들의 R&D센터가 들어서고 서울시가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회의 땅으로 거듭났다. <편집자주>
“2년 전 1억3000만원에 오피스텔을 샀는데 지금 시세는 1억8000만원이에요.”(오피스텔 임대인 A씨)
“아직도 서울 외곽 이미지가 강해요. 유동인구가 늘었어도 곳곳에 공실이 꽤 많아요.”(상가 임대인 B씨)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곳곳에서 들뜬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내세우며 여러 기업의 대규모 연구개발(R&D) 단지가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늘었기 때문. 휑했던 지역에 사람이 가득차자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매매가가 올랐고 상권도 북적인다. 다만 일부 상가는 공실이 많아 고민이다. 아직 서울 변두리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는 점도 마곡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1년 새 1억 껑충 ‘상전벽해’
“예전에는 다 논밭이었어요. 마곡역도 처음에는 이용자가 거의 없는 유령역이었는데 이 정도만 해도 상전벽해죠.”
마곡역 인근 아파트에 사는 C씨는 변화한 마곡지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출퇴근 문제로 경기도 시흥에 살다 개발이 한창이던 몇년 전 이곳에 이사 왔을 때만 해도 발전 가능성을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믿음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LG 같은 대기업이 마곡에 들어올 정도면 확실한 보증수표 아니냐”며 “1년 새 시세가 1억 가까이 뛰었고 앞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현재보다 더 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말대로 마곡은 많이 변했다. 5호선 마곡역은 한때 유령역이라 불릴 만큼 이용자가 적었다. 직선거리로 700여m 떨어진 9호선 마곡나루역도 다를 바 없었다. 지난해만 해도 역 주변 오피스텔은 공실로 넘쳤고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도 만나기 힘들 정도였다.
거주자라고 해봐야 인근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으로 출퇴근하는 민항기 조종사, 스튜어디스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집을 비우면 인근 상권은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렸다. 하지만 LG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입주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마곡나루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D씨는 “기업 입주가 시작되며 활기를 얻은 마곡 부동산시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공항철도역이 추가로 개통되고 각종 편의시설까지 들어서면 서울에서 마곡의 입지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 입주해도 상가는 '텅텅'
LG그룹 계열사들의 입주로 마곡지구 일대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지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마곡지구 곳곳에는 아직도 공실 상가가 즐비하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마곡지구는 공실상가가 넘쳤지만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대기업 입주 등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난 현재도 주인을 찾지 못한 상가가 수두룩하다. 비싼 임대료를 감수할 만큼 제 몫을 기대할 수 있는 1층 상가조차 아직 미분양된 점포가 많고 2층 상가는 텅 빈 곳이 허다하다.
마곡나루역 일대 오피스텔 등은 1년 전 공실이 많았지만 현재는 거의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상가 공실은 1년 전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상가 1층과 2층이 텅 비어 임대문의를 알리는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었다.
5호선 마곡역 인근 상권도 마찬가지. 이 상권은 위치상 마곡역과 발산역 중간에 있고 인근에 들어선 LG사이언스파크 단지가 거리상 마곡나루역보다 더 가깝다.
상권 형태는 유럽형 디자인이 가미된 스트리트형으로 세련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겉모습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아직 임차인을 찾지 못한 상가 1층과 2층 유리벽은 임대 안내문만 빼곡이 붙었다. 근처 길목에서는 상가 임대를 홍보하는 직원들이 피켓을 들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떨쳐내지 못한 변두리 이미지
마곡역 인근 오피스텔은 완공 시점이 마곡나루역 오피스텔보다 늦지만 대규모 기업 입주 호재가 공기단축을 재촉한다. 또 공항철도 신설역 공사를 비롯해 아직도 개발호재가 풍부하다. 그럼에도 상가 공실이 많은 점이 의아했다.
이에 대해 인근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마곡은 서울에서 먼 외곽이란 이미지가 강하다”며 “게다가 LG 등 많은 기업 입주로 상주인구가 늘었지만 퇴근 후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에 다소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도 상가 입점을 꺼리는 요인 중 하나”라고 풀이했다.
상가를 둘러보기 위해 방문한 자영업자 F씨는 “마곡단지의 대단위 기업 입주는 큰 호재가 분명하지만 인근 아파트단지나 오피스텔은 서울 중심가에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아 저녁과 밤 영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중심가도 아니고 시간대에 따라 상주인구 편차가 너무 크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라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8호(2018년 5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