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발 부지 내 공원 등 녹지의 효율적 배치를 통해 주거 환경 저하를 막아야 한다는 등의 제언이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공급 주택의 절반을 서민용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짓도록 한 영국의 '골든룰'을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날 그린벨트 해제 등을 포함한 세 번째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신규 주택 착공 등을 담은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이 잡히지 않자 그린벨트 해제 등을 포함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서울의 그린벨트 총면적은 149.1㎢다.



그린벨트 해제 이후 개발 부지의 녹지 배치는 주거환경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녹지를 길쭉한 띠 형태로 조성하면 주거지와 녹지가 맞닿는 구간이 늘어나 주민들의 녹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외부에서 녹지 내부를 바라볼 수 있는 범위도 넓어져 개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녹지의 형태는 범죄 예방 측면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CPTED(범죄예방환경설계)는 건축물과 보행 공간 등을 설계할 때 외부와 내부의 시야를 확보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는 과거 높은 담장과 수풀 등이 외부 시선을 가리면서 범죄가 빈번했다. 그러나 1980년 담장 높이를 낮추는 등 공원의 개방성을 높인 이후 범죄 건수는 7년 만에 92% 감소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인근 지형에 맞게 녹지를 조성해야 하는데 주변 도로와 커뮤니티 등에 어울리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CPTED 등을 고려해 외부와의 개방성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원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특정 녹지 모양만 고집하기보다는 거주자와의 접근성, CPTED 등을 반영해 여러 유형과 타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일대. 이 지역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검토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린벨트 해제 이후 주택 공급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아파트 용지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일반주거지역은 1·2·3종으로 나뉘며 개발 기준도 서로 다르다. 아파트 대단지 건설에 유리한 3종 일반주거지역뿐 아니라 비아파트 개발에 용이한 1·2종 일반주거지역의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려면 세제와 자금 조달 여건을 함께 손볼 필요가 있다. 비아파트 사업자는 토지비와 공사비를 금융권에서 조달한 뒤 준공 이후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상환하는 구조를 활용해왔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됐다.

서광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비아파트를 수요처로 여겼던 것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제는 포함돼 세금 관점에서 수요자들에게 불리해졌다"며 "수요가 없으니 공급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사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가구 구조 변화에 맞춰 주택의 규모별 공급 비중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대형 주택에 공급이 치우치면 실제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국민주택규모는 주거전용면적 85㎡ 이하로 정해져 있는데, 해당 기준을 유지하더라도 59㎡ 등 중소형 주택의 공급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의 '골든룰'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골든룰은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 녹지는 우선 보존하고,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공급하는 주택의 50%를 서민용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짓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개발업자는 주택뿐 아니라 사회기반시설 조성 비용도 부담하고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에 재투자한다. 주민들의 녹지 접근성을 높이고 생물다양성을 향상하는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