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노숙인과 노숙위기계층 1045명에게 2~6개월의 월세를 지원했다. 이 중 861명(82.4%)은 주거지원 종료 이후에도 거리로 다시 나오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생활비 등 지원제도를 마련했지만 서울역과 광화문, 시청역 일대는 여전히 많은 노숙인들이 머물고 있다. 2017년 기준 노숙인 수는 1만1340명, 거리노숙인은 1522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따뜻한 잠자리를 거부하고 밖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S>는 이들과 관련해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노숙인을 만났다. <편집자주>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 인근에서 한 시민이 노숙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강산 기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가에서 관리하는 노숙인 생활시설은 전국 57개소,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재활센터는 60개소에 달한다. 서울시 노숙인 지원 예산은 2011년 363억원에서 지난해 477억원으로 100억원 넘게 늘었다.
하지만 노숙인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단체 및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근로의지가 없는 사람을 위해 세금을 쓰는 걸 비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민이 노숙인을 뭉뚱그려 '사회실패자','부적응자'로 판단하지만 노숙인을 위해 힘쓰는 사람도 존재한다. 노숙인의 심리적 안정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기자는 이들의 외침을 들어봤다.
◆손은식 목사, 그들을 위한 기도
노숙인 사역을 진행하는 손은식 목사. /사진=프레이포유 제공 "노숙인은 혐오대상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시민이고 인격을 가진, 존중받을 대상이며 귀한 자녀입니다. 손을 잡아주세요."
손은식 목사가 쓴 '거리에서 만나는 예수님'의 일부다. 손 목사는 직접 ‘프레이 포유’(Pray for You)라는 민간단체를 만들어 2014년 1월1일부터 노숙인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서울역, 종각역, 동묘 등 서울시내 노숙인이 있는 곳을 찾아 일용할 양식을 공급하고 쪽방촌 어르신들의 말동무가 돼준다. 지난 16일 오후 <머니S>는 손은식 목사를 만났다. 노숙인의 친구인 그에게 노숙인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한사람을 세워주는 지지기반이 약화되고 붕괴됐기 때문"이라며 "낮은 소득으로 인한 퇴거와 주거박탈, 실직이나 사업실패에 따른 가족해체, 교육과 인적자본의 취약성 등 그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이나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는 노숙인이 많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애정과 관심"이라며 "현 정부의 노숙인 자활시스템도 노숙인의 자립생활 체험이나 개인의 자율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으로 변해야 한다. 삶에 대한 목적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시민의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래원 사리원 대표, 무료 식사 나눔
노숙인을 위해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김래원 사리원 대표. /사진=사리원 제공 서울 종로에서 냉면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래원 사리원 대표는 인근 노숙인들에게 자신의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는 식권을 나눠준다. 그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올 수 있도록 미리 좌석을 조정하고 식사하는 동안 힘들지 않도록 말동무가 돼주기도 한다.
김 대표는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노숙인에 대한 편견이 없었던 건 아니다. 우연한 기회로 이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게 됐는데 그 이후부터 꾸준히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가 아무리 많아도 노숙인에게 이를 알려주고 말해주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종로 쪽방촌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이를 보도한 언론은 한군데도 없었다"며 "그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만나본 노숙인들 중 자살시도를 안 해본 사람은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거리에서 만난 천사들
노숙인 사역을 진행하는 단체. /사진=프레이포유 제공
노숙인 사역을 진행하는 단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외에도 노숙인에게 도움을 주는 단체, 개인은 매우 많다.
경동제일교회 소년부는 노숙인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직접 손편지를 작성한다.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직접 간식과 함께 노숙인에게 전해준다. 이외에도 노숙인들이 고구마나 감자 등을 심으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를 찾아준다.
또 다른 한 단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사역자를 모집한다. 소외계층의 숙소인 살림공동체를 직접 운영하며 노숙인들의 말동무가 돼 주거나 독거노인이 사는 곳과 노인요양원에서 청소도 한다. 다년간 현장에서 노숙인을 지원해 온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에서 단체생활이 어려운 알코올중독·정신질환 노숙인을 위해 2016년부터 주택지원사업을 시범운영 중"이라며 "사회복지사를 배치해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한) 복약 관리, 병원 전문의 상담 안내 등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관계자는 "(서울역 인근) 노숙인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국민으로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경찰도 노력하고 있다"며 "노숙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