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노숙인과 노숙위기계층 1045명에게 2~6개월의 월세를 지원했다. 이 중 861명(82.4%)은 주거지원 종료 이후에도 거리로 다시 나오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생활비 등 지원제도를 마련했지만 서울역과 광화문, 시청역 일대는 여전히 많은 노숙인들이 머물고 있다. 2017년 기준 노숙인 수는 1만1340명, 거리노숙인은 1522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따뜻한 잠자리를 거부하고 밖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S>는 이들과 관련해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노숙인을 만났다. <편집자주> 


서울역 인근 노숙인이 사용한 상자들. /사진=강산 기자

"나를 노숙인으로 보지마. 밖이 편해서 있는 거니깐.“
지난 20일 오후 서울역에서 만난 A씨(50대 추정)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주거제도를 이용해본 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과거 경기도 한 지역의 직장을 다녔다는 그는 "저들(노숙인)과 나를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롭고 힘들어서 밖에 있는 건 아니다“며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를 지나쳐 골목이 많은 서울역 1번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역 근처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던 B씨(60대 추정)는 ‘제가 도움 드릴 게 있나’라고 묻자 “뭔 도움을 주려고?”라며 욕설과 함께 기자를 윽박질렀다.

기자가 만난 서울역 인근 노숙인들은 대부분 예민한 상태였다. 그들과 눈을 마주치거나 대화를 시도하면 욕설을 퍼붓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에게 주거생활비 등 노숙인 지원제도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았다.

◆생활시설 미이용 노숙인 20%… "답답해서"

서울 시청역 인근 노숙인이 누워있는 모습. /사진=프레이포유 제공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노숙인 등 대책안’에 따르면 정부는 노숙인들에게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른 주거비(최대 9개월)를 지원하고 있다. 매입·전세임대주택지원사업(국토부·LH공사, 지자체), 거리노숙인 임시주거비(지자체 노숙인 월세비) 등을 통한 노숙인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생활시설에 거주하는 노숙인은 73.9%로 조사됐다. 거리(15.2%), 비정형주거(4.3%)에서 거주한다. 약 20%의 노숙인은 생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셈이다.

조사 결과 이들이 생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에'(31.2%), '실내 공간이 답답해서'(21.1%), '잘 몰라서'(18.9%) 등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전체 평균과 비슷한 분포를 보이는 반면 여성은 '잘 몰라서'(37.2%),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에'(24.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복지부가 내년 10월부터 노숙인시설 3개월 이상 거주자를 대상으로 매입임대, 전세임대 주택을 매년 60호씩 우선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생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노숙인이 많은 실정이다.

노숙인 사역 민간단체의 한 관계자는 "노숙인이 생활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단체생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들(노숙인)은 스스로 민폐를 끼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문제는 충분히 시설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정부 차원에서 노숙인의 눈높이를 맞춘 제도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플 때 도움 청하는 노숙인 28%
서울 종로 인근 노숙인의 모습. /사진=프레이포유 제공

의료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노숙인도 많은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노숙인·쪽방주민 중 표본으로 추출된 20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몸이 아플 때 '노숙인시설이나 사회복지기관에 도움을 청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1%였다. 

이어 개인병원 진료(18.1%), 무료진료소 진료(16.8%), 국공립병원 진료(15.1%) 순으로 나타났다. 거리노숙인의 경우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31.0%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보호강화방안을 마련해 시설 이용자 지원·격려, 진료 가능 기관(보건소·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홍보 및 안내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노숙인에게 의료제도를 제공하는 것이 빈곤층을 대폭 축소시키고 더 큰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망인 만큼 정부의 절실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다년간 현장에서 노숙인을 지원해 온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복지사를 배치해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한) 복약 관리, 병원 전문의 상담 안내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일부 단체들은 거리 노숙인들의 인권 침해 문제를 강조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노숙인이 시민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거리노숙인 1522명… 제도적 정비 필요

서울 종로 인근 노숙인의 손. /사진=프레이포유 제공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행정자료상 거리 노숙인 수는 2014년 1138명에서 2016년 10월 1522명으로 증가했다. 주거·생활비 지원 등 정부의 노력에도 새로운 노숙인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눈높이를 맞춘 주거지원제도, 노숙인이 직접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건강서비스, 자존감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 등 그들을 위한 체계적인 사회안전망 정비가 필요하다.


노숙인을 지원하는 서울시 산하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이수범 실장은 "한 시민이 노숙자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문제를 겪었으며 대부분 심신이 망가진 상태"라며 "상처치료·심리치료·트라우마 극복·자존감 회복 등을 위한 트라우마극복센터나 심리치유센터를 신설해 노숙인의 정신적·정서적 피해회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