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한정해 주 52시간 근무제 정책을 도입했다. 근 한달이 다 돼가는 지금 직장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저녁 있는 삶을 통해 만족하는 직장인도 있지만 반대로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머니S가 주 52시간 근로시대에 대한 직장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저녁있는 삶 ①] 52시간 근무제도 '빈익빈 부익부'
이달 1일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주 52시간 근무시대가 열렸다.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 노동자는 일주일 동안 노동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평일과 휴일근로를 포함해 52시간 이내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직장인의 저녁이 달라지고 있다. 퇴근 후 취미나 문화생활 등을 하며 이른바 '저녁 있는 삶'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난 것.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생겨났다.
◆저녁 있는 삶… 대기업·취미관련업계 "만족해요"
이달 초 자기계발서 판매가 부쩍 늘었다. 영풍문고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자기계발 서적 판매량이 전주 같은 기간 대비 2배 늘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등 이 시대 멘토들의 조언이 담긴 책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가 1위로 집계됐다.
앞서 통계청은 '한국의 사회 동향 2017' 보고서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젊을수록 시간적 부담 때문에 여가를 즐기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15~24세 연령대는 62.9%, 25~39세는 60.1%가 시간 부족을 여가 불만족 이유로 꼽았다.
공기업에 다니는 김은총씨(28·남)는 "주 52시간 근무단축 전에는 야근과 회식 등으로 윤택한 삶을 살기 힘들었으나 지금은 배드민턴 동호회에 나가고 있다"면서 "해당 (주 52시간 근무제) 정책을 계기로 다양한 취미를 찾고 시도해볼까 한다"고 밝혔다.
금융계열 대기업에 재직 중인 김재성씨(32·남)는 "평소 컴퓨터용어와 코딩에 관심이 많았지만 업무량 때문에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분야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면서 주 52시간 근무정책에 만족감을 표했다.
이 같은 변화로 최근 취미·여가 관련 업체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헬스장에 등록하는 고객이 늘었다"면서 "통상 7월은 휴가기간이어서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는 고객이 적은 편인데 올 7월에는 신규회원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에서 캘라그라피 학원을 운영 중인 김주현씨(38·여)는 "7월 전까지만 해도 평일 저녁 시간대에 캘라그라피를 배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퇴근 후 오는 직장인이 3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돈 있는 삶을 원해… "퇴근 후 알바해요"
모든 직장인이 저녁 있는 삶을 즐기는 건 아니다. 지난 2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아르바이트 O2O플랫폼 알바콜이 중소·중견·대기업 등 3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에서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39.2%의 기업에서 '준비가 미비하다', 22.9%는 '전혀 준비가 안 됐다'라고 답해 총 62.1%의 기업에서 준비가 미흡한 편으로 나타났다. 반면 '준비가 어느 정도 됐다' 27.1%, '준비가 매우 잘 됐다' 10.8%로 총 37.9%의 기업은 준비상태를 낙관했다.
해당 설문에 응답한 기업은 중소기업 55.6%, 중견기업 17.4%, 대기업 10.5% 순으로, 이미 근로환경이 양호하고 대책을 잘 세워둔 대기업의 응답 비율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중견 기업의 상황을 설명해준다.
인천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는 김중기씨(가명·28·남)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대기업을 다니는 소수를 위한 제도 아니냐"고 반문한 뒤 "만약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적금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어 그런 (취미·여가) 활동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상대적으로 박탈감도 느낀다"고 전했다.
디자인 관련 중견기업에 근무 중인 김자인씨(가명·29·여)는 "디자인업계는 기본급이 적고 인센티브가 많은 업종이다. 지난달까지 야근수당이 쏠쏠했지만 최근에는 야근 자체가 없어졌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데 해당(주 52시간 근무제) 정책이 월급을 깎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요즘은 퇴근 후 재능마켓 같은 중개업체를 통해 디자인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서 "회사 월급이 줄어든 부분을 외적인 업무에서 충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자인 관련 중견기업에 근무 중인 김자인씨(가명·29·여)는 "디자인업계는 기본급이 적고 인센티브가 많은 업종이다. 지난달까지 야근수당이 쏠쏠했지만 최근에는 야근 자체가 없어졌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데 해당(주 52시간 근무제) 정책이 월급을 깎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요즘은 퇴근 후 재능마켓 같은 중개업체를 통해 디자인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서 "회사 월급이 줄어든 부분을 외적인 업무에서 충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저녁 있는 삶이 도래했다. 하지만 직장과 업종에 따라 직장인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앞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는 50~299인 사업장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