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 규명은 지지부진… 운영사 서부발전과 ‘네 탓 공방’
SK건설이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 수력발전용으로 시공한 세피안-세남노이댐의 보조댐이 무너진 지 12일이 지났다. 시공사인 SK건설은 SK그룹과 함께 사고현장에 구호단을 파견해 복구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SK그룹은 구호금 1000만달러(약 112억원)를 기탁하며 피해지역 돕기에 힘을 보탰다.
복구작업이 한창이지만 사고원인 규명 등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SK건설은 댐 붕괴 원인 등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댐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과는 책임소재를 두고 네 탓 공방 중이다.
현지 뉴스통신사인 KPL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 사고로 수십 명이 죽고 수백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규모도 집계되지 않았다. 라오스 현지는 폭우가 잦아들었지만 아직 우기라 계속 비가 내리고 있어 복구작업과 원인 규명 등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기록적인 폭우로 댐 유실
SK건설에 따르면 라오스에서 건설 중인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보조댐 붕괴사고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밤 9시쯤 일어났다.
현지 SK건설 관계자가 5개의 보조 댐 중 1개의 보조 댐 상부에서 일부 유실을 확인했고 즉시 당국에 신고하는 한편 댐 하부 마을 주민을 대피시켰다.
SK건설은 우기인 현지의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SK건설은 댐 유실을 확인한 뒤 장비와 인력을 긴급 투입해 보조 댐 유실구간에 대한 긴급 복구작업에 돌입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다음날 새벽 3시쯤 본 댐(세남노이) 비상 방류관을 통해 긴급 방류를 실시해 보조 댐 수위를 낮췄다.
같은날 낮 12시쯤에는 라오스 주정부에 추가유실 가능성을 통보해 주정부가 하류부 주민들에 대피령을 내렸고 오후 6시쯤에는 보조 댐 상부 추가 유실 및 범람을 확인했다.
다음날 새벽 1시30분 쯤에는 보조 댐 하류 마을의 침수 피해가 접수됐고 오전 9시30분에는 하류부 12개 마을 중 7개 마을이 침수된 사실을 인지했다.
SK건설 관계자는 “현지 기상상황이 사고 당시보단 나아졌지만 아직 우기라 방심하긴 이르다”며 “구호단을 중심으로 복구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호단 200여명 투입… 임시거처·정화조 등 마련
SK건설은 사고 직후 SK그룹과 함께 200여명의 긴급 구호단을 현지에 투입했다. 이들은 현재 라오스 정부 등과 공동으로 구조·구호 활동과 피해지역을 복구작업 중이다.
또 한국은 물론 태국과 라오스 현지에서 식료품 50여톤, 의약품과 생활용품 50여톤, 남녀의류 10톤 등 총 120여톤의 구호물품을 조달해 군 수송기와 민간 항공편으로 아타프주 정부와 수해현장에 전달했다.
특히 SK건설은 라오스 아타프주 정부 요청을 받아 사남사이 지역에서 이재민 임시숙소 건설공사에 들어갔다. 주정부가 제공한 축구장 크기의 1만㎡ 부지에 150여가구의 임시숙소를 짓는 공사다.
한달여가 걸리는 임시숙소가 완공되면 그동안 인근 학교 3곳에서 생활하던 이재민은 욕실 등 기초 편의시설을 갖춘 환경에서 당분간 지낼 수 있다.
또 구호물품 전달과 임시숙소 건립 외에 도로정비, 의료 및 방역 등 활동도 병행 중이며 침수피해를 입은 7개 마을의 가옥 안전진단과 전기 등 각종 생활설비를 점검·보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임시숙소 건립·전기 공사·정화조 설치 등 건설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복구작업에 열중하고 있다”며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 구호지원단 파견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재일까… 네탓 공방에 사고원인 규명 지지부진
사고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시공사인 SK건설의 부실시공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댐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서부발전의 수위조절 실패가 참사를 야기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선 시공사인 SK건설은 ‘댐 붕괴’라는 표현을 쓰는 다수 언론의 보도와 달리 ‘유실’에 초점을 맞췄다. 사고 직후 낸 공식 보도자료에도 ‘붕괴’가 아닌 ‘댐 유실’이라는 표현을 썼다.
댐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서부발전의 수위조절 실패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측의 공식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류시기만 적절했어도 댐 유실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
반면 한국서부발전의 입장은 다르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지난 20일 세남노이 저수지 조성을 위해 축조한 5개의 보조댐 중 하나가 폭우로 11㎝ 내려앉았다”며 “하지만 11㎝ 침하는 허용 범위 내에 있어 바로 조치하지 않고 관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틀 뒤인 22일에 댐 상단부 10곳에서 침하가 발생해 복구 장비를 수배했고 다음날 오전 11시쯤 댐 상단부가 1m 정도 더 내려앉아 이때부터 주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주민 대피를 시작했다”며 사실상 사전에 댐 붕괴 징후가 있었음을 강조하며 시공사인 SK건설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양측의 네 탓 공방 속 피해상황 집계와 시신 수습 등이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피해상황 집계 등은 라오스 정부 권한이라 회사 측은 정확히 알 수 없고 집계에 관여할 수도 없다”며 “현재로서는 현지 피해복구작업을 진행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