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는 오는 8일 ‘24시간 운영 편의점 안전상비약 추가’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안건이 통과되면 최종적으로 편의점 판매여부를 결정한다. 결과에 따라 한쪽이 불복하고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비약 심의위는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13개 의약품 가운데 수요가 적은 ‘베아제’와 ‘훼스탈’을 빼고 대신 ‘겔포스’와 ‘스멕타’ 2종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약사회는 상비약 지정 검토기준에 맞지 않는 품목이 논의되고 판매가 결정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겔포스의 경우 영유아들이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비약 기준에 맞지 않아 편의점 판매를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강봉윤 약사회 정책위의장은 “최근 있었던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겔포스는 상비약 검토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됐다”며 “복지부 스스로 제시한 검토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겔포스를 스스로 포함시키려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강 정책위원장은 이어 “안전성 검토기준은 상비약 품목 지정을 위한 기준이자 최소 필요조건으로 이를 무시할 경우 스스로 제시한 기준인 기준안을 전면폐지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안전성 검토기준을 다시 마련한 뒤 품목 지정 논의를 해야할 것”이라며 “특히 겔포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품목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겔포스의 경우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는 나오지 않다가 편의점 점주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소비자가 원한다는 제품으로 갑자기 나와 어느새 국민이 원하는 제품으로 둔갑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품목도 아니고 검토기준안에도 맞지 않는 품목이 심의위에서 표결로 결정된다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일 약사회는 성명을 통해 “가맹점에 대해 30~35%의 과도한 수수료를 징수해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편의점 본사와 이들을 대변하는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한 편산협)가 ‘의약품에 대한 탐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약사회는 또 “의약품은 한건의 부작용이 발생해도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어 이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며 “편의점 판매약에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소비자가 43.5%에 달하고 편의점의 상비약 판매 이후 소비자의 10.1%는 의약품을 더 자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대다수가 약사법을 위반하고 있고 상비약 판매의 주요 근거 중 하나인 24시간 영업시간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의약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편의점약 판매업소의 71,7%가 판매수량 제한 등 약사법을 위반하고 있다. 또 20.4%는 24시간 영업시간도 준수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본사와 편산협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게 약사회의 주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편산협은 이제라도 의약품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과도한 가맹수수료 인하, 편의점간 출혈경쟁의 원인이 되는 근접 출점 제한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건강을 조금이라도 염려한다면 일선 편의점이 약사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편산협 관계자는 “전국 약 4만개의 편의점이 병원과 약국이 문 닫는 심야시간과 휴일 구급상황에 필요한 상비약을 공급하고 도서 벽지 및 농어촌 지역의 경우 응급상황을 예방할 수도 있다”며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상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간 평균 약 0.2%로 극히 미비해 ‘탐욕’이라는 약사회 주장은 자의적 해석과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회(이하 편가협)도 전편협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전편협은 3일 성명을 통해 “야간에 영업하는 심야약국은 33곳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국민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약국들이 휴무일 영업과 심야영업을 기피하면서 편의점의 상비약 판매를 반대하는 건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어 “연중무휴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며 구호물품 창고 역할, 여성·아동 안전지킴이 등 사회안전망 구축과 공익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반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를 허용한 상비약품은 3만종에 달하고 일본도 2000여종인데 약사회에서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반대하는 것은 국민의 편의와 안전보다 자판기를 두들긴 결과”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