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향이 참 좋네요. 도대체 뭐가 들어간거에요?”
12석 남짓한 바에 둘러앉은 손님들의 말이다. 바 중앙에서 재료를 다듬고 스시를 쥐어 손님 앞에 하나씩 얹어주는 초밥요리사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훈훈한 교감이 이어진다.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한번 들른 이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손바닥만 한 스시야 ‘스시모루’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이다.
◆가격은 미들급보다 저렴, 맛은 하이엔드급
스시모루는 서울 강동구 지하철5호선 강동역 통로로 이어진 강동역신동아파밀리에아파트(강동 헤르셔타워) 상가 지하1층에 자리잡고 있다. 2016년 12월 문을 열었으니 이제 2년째다.
오너셰프인 박광선 실장과 홀서빙에 안주방 보조를 겸하는 직원 1명이 일하는 단출한 규모다.
하지만 이곳에서 쥐어내는 스시 한점한점은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하이엔드급 스시야 못지 않다. 가장 큰 매력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다는 점. 스시의 맛과 질은 하이엔드급이지만 가격은 서울의 미들급 스시야보다 평균 2만원 정도 저렴하다.
주력 메뉴인 오마카세(주방장이 그날그날 제일 좋은 재료로 만든 스시를 제공하는 방식) 점심은 3만원, 저녁은 5만원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박 실장은 거의 매일 새벽 가락시장 수산물시장에 들러 그날 가장 좋은 제철 해산물을 골라온다. 다음 순서는 숙성. 해산물의 감칠맛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참치(혼마구로)도 가장 등급이 높은 상품만 골라 적절하게 녹인 뒤 아카미, 주도로, 오도로 등을 썰어 제공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준비된 네타와 샤리(단촛물로 가미한 밥)는 초밥 요리사의 손끝에서 스시로 완성된다. 구성상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요리인 스시는 이런 과정을 거쳐 가장 복잡하고 심오한 맛을 내는 일품요리로 만들어진다.
스시모루의 스시는 정통 오니기리 방식과 창작스시 방식을 오간다. 네타에 따라 여러 웃기를 더해 가미하기도 하고 샤리만 더하기도 한다. 두툼한 가리비 관자 2점을 통째로 스스르 녹을 정도로 익혀낸 뒤 샤리에 얹고 세계 3대 진미라는 트러플 오일로 점을 찍는다.
가장 흔한 네타인 광어와 샤리 사이에 시소 잎을 다져 넣고 스시 위에 숙성한 해삼 내장(와다)를 살짝 바른다. 입 안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풍미가 폭발한다. 하얀 도자기에 정갈하게 담아 떠먹는 초밥에는 꽃게살과 다진 관자와 시소 잎, 날치알, 마 등을 얹어 은은한 맛과 향을 낸다.
민물장어(우나기) 스시도 반드시 청해야 한다. 일식집 공력의 가늠자인 장어데리(데리야끼 소스)가 일품이다. 장어데리는 처음 만든 소스에 계속 새로 만든 소스를 섞어 세월의 맛이 스며들어야 한다. 개업 2년차에다 아직 젊은 오너셰프가 칼을 잡는 스시야의 장어데리치고는 은근하고 깊은 감칠맛이 예사롭지 않다.
이유는 이집 장어데리 항아리가 이미 10년 가까운 공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요리가 좋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유명 외식업소 주방 막내로 일하기 시작한 박 실장에게 한 선배가 ‘나만의 장어데리 항아리를 가져야 한다’고 권유한 덕분이다. 이후 몇몇 내로라하는 정통일식집과 스시야에서 일하는 내내 항아리에 세월의 맛을 덧칠해 왔다.
박 실장이 직접 만들어내는 유자셔벗이며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식사량이 적은 고객은 스시 몇 가지를 건너뛰고 디저트만 달라며 채근하기도 한다.
◆꾸준한 단골이 만드는 맛의 선순환
입소문이 퍼지면서 단골 고객도 꽤 늘었다. 개인 단골도 많지만 주기적으로 찾는 직장단위 단골도 많다, 인근 강동성심병원의 한 진료과는 회식이나 모임 장소로 스시모루를 정했고 가깝지 않은 아산병원 교수진도 즐겨 찾는다. 헤르셔타워에 사는 SG워너비의 메인보컬 김진호와 만능 엔터테이너 홍경민의 사인 액자도 걸려있다.
박 실장은 “직접 쥐어드리는 스시를 드시면서 바로바로 맛있다고 말해주는 손님들이 있어 너무 고맙다”며 “오마카세로 나가는 스시 한점 한점에 정성을 다해 고마움에 보답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