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일본 정부가 국제소송 등 강경대응 방침을 보이고 있어 배상급 지급이 언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오후 이춘식씨(94)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핵심 쟁점은 한일 청구권현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는지 여부였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1대2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청구권, 이른바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라며 한일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고 4명 중 여운택씨와 신천수씨는 1997년 12월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체불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기나긴 재판 끝에 패소하자 이씨 등은 2005년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 2심은 여씨와 신씨에 관해서는 일본의 확정판결이 한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일본에서 소송을 낸 적이 없는 원고 이씨와 김규슈씨 등에 대해서도 구 일본제철과 신일본제철을 같은 회사로 볼 수 없고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같은 결론을 냈다. 판결은 2012년 뒤바뀌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하급심을 뒤집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일본재판소에서 원고들 청구를 기각한 판결은 일본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란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어 한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 충돌한다"며 "일본 판결을 그대로 승인하는 결과는 그 자체로 한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원고들에게 각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승소했다. 이후 대법원 판단이 5년 넘게 지연되며 원고 중 생존자는 이씨 한 명만 남았다. 이 과정에서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공모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소송에 개입한 과정이 포착되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후인 지난 7월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전원합의체는 3개월만에 이번엔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지 무려 13년8개월, 대법원에 이 사건이 재상고된 뒤로는 5년 2개월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