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 김경은 기자, 강영신 기자, 심혁주 기자, 류은혁 기자]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가 삶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알고 싶어서 사소하고도 중요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첫번째 도전은 이른바 '없이 살기'. 밀가루, 차량, 쓰레기, 염분 등 우리네 삶에서 한가지씩 떼어내 일주일을 살아봅니다. <편집자주>
[OO 없이 살기] ② 차량 없이 일주일 살아보기
따릉이 퇴근./사진=심혁주 기자
지난해 겨울, 날이 따뜻해지면 자전거로 출퇴근하자는 생각에 도시형 자전거를 구입했다. 15만원에 중고로 데려온 애물단지는 아직도 계단에 놓여있다. 자전거 출퇴근은 기억에서 잊혀졌다. 1년이 지나서야 먼지 쌓인 자전거를 써먹을 기회가 생겼다. 동료 기자가 ‘OO없이 살기‘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기사를 빌미로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자전거 출퇴근을 위해 ‘차량 없이 살기’로 끼워 맞췄다. 일주일간 (물론 자가용은 없지만)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살아 보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버스·지하철·택시 없이 자전거와 두발로 살아봤다.
따릉이 어플리케이션 결제 과정. 1시간권 기준 7일권은 3000원, 30일권 5000원, 180일은 1만5000원, 365일은 3만원이다./사진=따릉이 어플리케이션 ◆따릉이, 하루에 82원?… 교통비 절약+편의성 최고 서울시에는 총 1290곳(올해 8월 기준)의 따릉이 대여소가 있다. 개인 자전거를 세워둘 수 있는 주륜장(자전거주차장)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 회사 근처에 주륜장이 없다는 걸 파악하고 따릉이를 선택했다. 가격도 괜찮다. 장기 이용할수록 하루당 가격이 낮아진다. 하루 이용권은 1000원이지만 일주일 이용권은 3000원이다. 한달권은 5000원, 연간권은 3만원으로 1년 기준 1일 이용료는 82원에 불과하다.
기자의 평소 출퇴근 왕복 교통비가 27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따릉이 일주일 이용권 3000원은 대충 계산해도 5배 이상 남는 장사다. 교통비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야심차게 연간권을 끊을 생각도 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웠다. 3000원을 내고 일주일권을 얻었다. 문제는 자전거 출근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첫날, 오전 7시 기상에 익숙한 몸을 깨우기가 쉽지 않았다. 평소보다 20분 일찍 일어나 자전거 탈 준비를 했다. 평소와 같은 아침인데 더 추운 기분이 들었다. 지난 23일 아침 서울 기온은 10도. 버스정류장을 지나 따릉이 대여소로 향했다. 늦지 않을까 시간을 확인하며 서둘러 대여했다.
첫 페달을 내딛었다. 시작이 힘들었지 달리는 순간 자유를 만끽했다. 승객들 사이에 끼여 답답한 버스와 달리 도로 위는 활기가 넘쳤다. 어제까지만 해도 버스 안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잠을 청했지만 바람을 맞으며 달리니 뇌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찬바람이 온몸을 감싸도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늦지 않으려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니 자연스레 몸이 달궈졌다. 회사에 도착하기까지 총 46분이 걸렸다. 실제로 자전거를 탄 시간은 36분이다. 다리를 주무르며 자리에 앉으니 동료 기자(소금 없이 살기)가 “자전거로 출근했어? 피곤해 보이네”라며 비웃었다. "그래도 너보다 내가 낫다"고 응수해줬다.
청계천 따릉이 대여소에 이어 시청 앞 따릉이 대여소도 비어있다./사진=심혁주 기자 ◆퇴근길 따릉이 ‘인기‘… 불법 주정차량 '위협' 퇴근길 따릉이 대여소가 비어있다. 다음 대여소에도 자전거는 없었다. 20분을 걸어가서야 겨우 발견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퇴근시간에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었다.
따릉이 동료도 만났다. 광화문 인근에서 일한다는 그는 “대중교통 스트레스가 싫어서 자출(자전거 출근)한다. 처음에는 운동효과로 시작했는데 운동보다는 재미로 탄다. 또 직장에서 특이한 놈으로 보는 시선도 즐긴다”는 말을 남기고 자전거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자전거부대는 일렬횡대로 전진하고 있었다. 마지막 주자가 안전등을 매단 덕에 뒤따라가던 이들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불법 주정차 단속 사진./사진=뉴스1 대열을 이탈하고 나니 막히는 자동차 사이를 뚫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신나게 달리다 앞을 막는 불법 주정차량이 가장 신경 쓰였다. 아침과 달리 시야가 좁은 밤에는 가장자리에 서있는 차량이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서울시는 불법주정차량에 대해 최대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속방법은 단속공무원이 현장에서 단속스티커를 발부하는 방법 외에도 CCTV무인단속, 시민단속 등이 있다. 개인신고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할 수 있다.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앱을 통해 신고 가능한 교통법규 위반은 불법 주정차(보도 위, 횡단보도 교차로)와 전용차로 통행 등이다. 신고하려면 차량번호와 위반사실을 증명하는 사진을 찍어 등록하면 된다.
따릉이 안전모 대여 서비스 시범운행./사진=머니투데이 ◆안전모 착용률 3%… ‘단속 없는 의무화’ 의미 있나 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장인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개인 자전거를 타는 사람. 따릉이를 타는 사람. 반반이었다. 다만 큰 차이가 있었다. 전자는 안전모, 안전등까지 완벽하게 장착했지만 후자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올해 7월20일부터 8월19일까지 한달간 여의도 전 지역의 따릉이 대여소 30곳에서 안전모 1500개를 비치해 놓고 시범운영했다. 그런데 이 기간동안 357개(23.8%)의 안전모가 분실됐다.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605명 중 45명만 안전모를 썼고 1560명(97%)은 쓰지 않았다. 안전모 착용률이 고작 3%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월28일부터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했다.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후 낸 보도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자전거 사고로 다친 응급환자 중 머리 부상자가 38.4%로 가장 높았다. 안전모를 착용할 경우 머리 부상 정도가 8~17%로 확연히 줄어든다.
안전모를 가지고 다니기 번거로웠을까. 일주일간 다니면서 본 따릉이 이용자 대부분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낙하실험에 따르면 자전거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20km에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낙하 시 중상가능성이 95.1%다. 착용한 경우는 15.0%로 나왔다. 안전을 위해 필수다. 물론 단거리 이용자들은 잘 지키지 않는다. 자전거 안전모 착용은 ‘의무화‘지만 단속·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자전거 대회 사진./사진=머니S ◆연간 8.4kg 감량 가능+행복한 출퇴근길 일주일간 자전거 출퇴근을 해본 결과 피곤하고 지치는 느낌이었다. 비가 오면 당황스럽다. 점심시간 비가 오는 날, 데스크는 우비를 사주겠다며 과분한 친절(?)을 베풀었다. 다행히 그날 퇴근시간엔 비가 갰고 일주일 내내 출퇴근 시간에는 한번도 비가 오지 않았다.
몸이 적응될수록 출퇴근시간이 즐거웠다(평소에는 퇴근시간만 즐겁다). 평소 느끼던 출퇴근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시간에 상관없이 출퇴근 시간이 일정해서 좋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만원승객에 대한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었다. 길에서 만난 자출자(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자전거 출퇴근 이유를 ‘대중교통 스트레스’로 꼽았다.
‘운동효과’도 장점 중 하나였다. 한 자출자는 “처음 탈 때는 귀찮지만 타고 회사에 도착하면 온몸이 개운한 맛에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전했다.
자전거는 유산소운동 중에서도 효과가 좋은 운동으로 손꼽힌다. 특히 자전거 타기는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졌다.
이만균 경희대학교 스포츠의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차량으로 약 60분 이동할 경우 약 108kcal를 소비한다. 같은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탈 경우 칼로리 소비는 약 588kcal에 달한다. 주 5일 출퇴근 때 30분씩 자전거를 탄다고 가정할 경우 차를 탈 때보다 매월 5400kcal, 연간 6만4800kcal를 더 소비하는 셈이다. 이를 지방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8.4㎏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전거 자세./사진=이미지투데이 주의할 점도 있다. 허리가 좋지 않다면 자세를 바로 잡아야한다. 자전거를 탈 때 허리는 앞으로 숙여지는데 이는 척추기립근의 긴장을 주기 때문에 허리 건강에 좋지 않다. 자전거를 탈 때 올바른 자세는 허리를 30도 정도 가볍게 굽혀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지난 29일을 마지막으로 자전거 출근을 중단했다. 마지막 날, 따릉이를 타고 있던 직장인은 “퇴근 후 소소한 행복을 위해 탄다”고 전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함을 뛰어넘는 활력을 준다. 매일 매일 똑같은 출퇴근 시간에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다시 자전거를 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