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프로그래밍부터 알리바바 마윈의 일대기, 레스토랑 경영 관련 서적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의 책장에 꽂힌 책이라는 점이다. 최 대표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나이인 만 19세에 IT 스타트업을 세우고 ‘대표’가 됐다. 따뜻한 햇볕을 쬐며 맑은 물을 마시고 걱정없이 자랄 수 있었던 ‘온실 속의 화초’가 거친 들판으로 뛰쳐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초겨울 스산한 바람이 불던 날 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레스토랑 통합관리 솔루션 개발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최훈민 대표의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11월 어느 날 점심시간이 막 지난 무렵이었다. 점심장사를 끝낸 식당골목을 지나자 최 대표의 작은 회사가 눈에 들어왔다. 최 대표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기자를 맞이 한 것은 책상 위에 흩어진 각종 서류와 벽면 한쪽을 채운 다양한 종류의 책, 상패였다. 주인 없는 방을 찬찬히 구경하다 보니 최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최 대표는 여의도에서 점심미팅을 진행한 때문인지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사무실 한켠에 깨끗하게 세탁된 여벌의 와이셔츠가 그의 바쁜 일상을 대변했다. 사무실을 합정, 공덕동에서 현재의 삼성동으로 이전한 것도 순전히 거래처 미팅때문이란다.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인터뷰도 속전속결로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트북을 폈다.
먼저 테이블매니저가 어떤 시스템인지 물었다. 최 대표는 “테이블매니저는 과거 수기로 처리하던 레스토랑의 관리 시스템을 소프트웨어(SW)로 만든 것”이라며 “뛰어난 레스토랑 관리인이 혼자 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세간에서는 테이블매니저가 노쇼를 방지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 대표는 노쇼 방지는 테이블매니저의 다양한 활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테이블매니저는 한마디로 레스토랑 통합관리솔루션이다.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손님의 전화번호를 통해 과거 이력을 분석하고 손님이 원하는 서비스와 선호 메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응대를 돕는다.
손님 입장에서는 번거롭게 설명하지 않아도 원하는 서비스를 받게 되는 셈이다. 지정된 날짜에 예약 알림 메시지를 받을 수 있어 일정관리도 수월하다. DB는 매장 간 공유하지 않고 각 매장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의 가능성도 크지 않다. 노쇼를 방지할 수 있는 기능으로는 ‘예약금 시스템’이 있는데 과거 노쇼 이력이 있는 손님에 한해 예약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레스토랑은 음식에 집중할 수 있다.
최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한민국의 비정상적인 교육을 비판하며 고등학교를 뿌리치고 나와 74일간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했다. 2012년에는 대안학교인 ‘희망의 우리학교’를 직접 설립해 또래들과 함께 공부했다. 이후 시민참여형 정책 플랫폼인 ‘생활정책연구원’ 운영에도 참여 중이다. 컴퓨터와 IT관련 분야를 공부한 뒤 스무살이던 2014년 배달 및 예약관리 솔루션 기업 ‘씨투소프트’를 설립, 2017년 5월 현재의 테이블매니저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에게 왜 하필 IT분야를 공부했는지 물었다. 최 대표는 “IT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라고 생각했다. IT회사를 창업한 이유는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최 대표는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IT분야의 효율성에 눈을 떴다.
그는 “고등학교를 그만둔 시절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이크라는 것이 없었다. 그것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들에게만 국한돼 있었는데 IT를 통해 내 목소리를 세상에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어린 나이에 어엿한 스타트업 대표로 기업을 경영하면서 애로사항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최 대표에게 기업의 중간관리자 부재와 성장통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물어봤다. 그는 과거에는 규모가 작아 직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통로가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최근에는 원활한 조직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는 말도 곁들였다.
테이블매니저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현재 직원은 18명에 달하고 카카오와 네이버 등 거대 IT기업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국내 5군데의 투스타 미슐랭가이드 레스토랑 가운데 4곳과 관계를 맺을 만큼 업계에서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최 대표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대충하는 것과 그냥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이면 안하는 게 낫기 때문”이라며 “사업을 왜 하는지 명확한 목적을 세우고 후회없이 힘을 쏟아붓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겸연쩍게 웃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7호(2018년 11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