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KCGI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로 올해 7월 설립한 주주행동주의 지향 펀드다.
재계는 KCGI의 한진칼 지분 인수로 행동주의 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한다. 한진칼은 오너지분율이 28.95%로 30% 미만이다. 따라서 9%의 지분을 확보한 KCGI가 한진칼 측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찰시키려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의 이사진 교체를 통한 경영권 장악 시도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KCGI가 경영 참여를 선언해 한진칼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도 올들어 잇따라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재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그룹사와 대주주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끊겠다는 내용의 지배구조개선안을 발표하자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앞세워 끝내 이를 무산시켰다.
이후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현대차그룹 경영과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다양한 요구를 제기 중이다. 최근에도 엘리엇은 이사진에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엘리엇 및 다른 주주들과 협업할 것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초과자본금을 환원하고 저평가된 현재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매입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가 잇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의 경영권 개입을 시도하면서 재계에서는 포이즌 필, 차등의견권 주식 등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적극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포이즌 필은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하며 차등의결권 주식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 부여해 지배권을 보장하는 주식이다.
우리 정부는 2011년 상법개정 당시 포이즌 필 도입 등을 추진했으나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반대여론에 부딪혀서 무산된 바 있다.
최근 여당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대상을 벤처기업 우선으로 한정했고 시민단체에서 '친재벌' 기업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제도 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에 요구하는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환경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수단 보장도 없이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