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사진=뉴시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 시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이를 심사한 법원은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및동행사 등 혐의는 공통으로 적용됐고 박 전 대법관에게는 위계상공무집행방해 및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 등이 더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차장이 사적이익을 위해 몰래 범행한 것이 아니고 두분이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권한을 행사했다"며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하급자인 임 전 차장 이상의 엄정한 책임을 묻는 일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임 전 차장 기소장에 담긴 강제징용,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외에 별건의 추가 재판개입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영장청구서는 박 전 대법관 158쪽, 고 전 대법관 10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추가 혐의와 관련해 임 전 차장에 대한 추가기소도 예고했다. 수사종료 시점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의 줄기소가 예상된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명재권 부장판사 또는 임민성 부장판사가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명재권·임민성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수사에 대비해 서울중앙지법이 영장전담부를 3개에서 5개로 확충하며 최근 영장전담부에 합류했다. 박범석·이언학·허경호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법관들과 근무인연 등으로 중립성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으므로 영장심사를 담당할 가능성이 낮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5일 또는 6일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했다./사진=뉴시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두 전직 대법관은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하게 관여한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거나 후배 법관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란 취지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 진술이 행정처 실장급 이하 실무진 판사들 진술과 상당 부분 다른 만큼 실무진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절차를 진행하며 혐의사실을 다듬었다.

검찰 관계자는 "두 분 모두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일부 하급자 진술과 상당히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시점은 두 전직 대법관의 신병확보 여부가 판가름 난 이후로 예상된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영장청구서에도 양 전 대법관은 공범으로 적시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신속히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엄정하고 정확히 수사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양 전 대법원장 직접 조사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