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검찰 소환을 앞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검찰 소환을 앞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무엇보다 먼저 제 재임 기간에 일어났던 일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공개석상에 서는 것은 지난해 6월 경기 성남 자택 인근에서 가졌던 기자회견 이후 처음이다. 대법원 앞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상황에서 검찰 포토라인에는 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일로 인해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수사당국에서 수사를 받은 데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라며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으로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했다.

이어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봉직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자기들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저도 그 말을 믿고 있다"며 "나중에라도 만일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일 것이고 제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수사, 조사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또 오해가 있으면 이를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면서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런 상황이 사법부 발전과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의 기자회견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대법원에서 기자회견한다기보다는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과정에서 법원을 한번 들렀다 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배 법관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편견이나 선입관 없는 시선으로 이 사건을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전 기자회견에서 부당한 인사개입은 없다고 말했는데 여전히 같은 입장이냐'는 물음에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9시7분께 검찰청사로 이동한 뒤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 중앙문을 통해 곧바로 조사실로 들어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의 최고 책임자로서 개입 및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