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석, 이규백, 김상근(왼쪽부터).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장인석, 이규백, 김상근(왼쪽부터).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은 "줄 서기가 반"이라는 말이 있다. 축 선수의 뜻이나 강자 간의 타협으로 만들어진 줄 서기가 경주 결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선행에 가장 유리한 자리와 마크하기 가장 수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경주의 일차적 관건이다. 결국 줄 서기 과정에서 소외된다면 빼어난 선행 실력이나 마크력을 가지고 있어도 착순에서 멀어질 수 있다.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할 편성에서 유리한 초주 위치를 선점한다면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불대포' 선행… 장인석

장인석(11기)은 세번째 쇄골 골절 부상 이후 마크 전법은 아예 포기하고 '불대포' 선행 선수로 거듭났다. 불굴의 의지로 부상을 이겨내고 선행 훈련에 매진한 그는 2015~2018년 우수급과 특선급을 오가며 선행형 강자로 활약해 왔다. 다만 전법 상의 한계와 마크 선수들의 견제로 고전하는 경주가 늘었다. 힘 좋은 신인 선수들의 득세로 입지가 좁아지며 올시즌 초 종합득점이 크게 떨어졌다.


고전을 거듭하던 장인석은 지난 2월23일 광명 토요경주에서 축 선수 앞에 자리를 잡고 선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인기순위 4위로 출전한 장인석은 축으로 나선 김성현의 전면에서 한 바퀴 선행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11초37이라는 특선급 수준의 200m 기록을 찍으며 당당히 자력 입상에 성공했다. 승세를 타기 시작한 장인석은 3월8일 부산경주에서도 축으로 나선 김우현을 본인 후미에 두고 최창훈을 활용하는 짧은 승부로 입상에 성공했다.

◆언제든 '한방'… 이규백

이규백(13기)도 시즌 초부터 고전을 거듭하며 인지도와 득점이 크게 낮아진 선수다. 다양한 전법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지만 한 바퀴 선행 타이밍을 잡고 축 선수와 어느 정도의 호흡을 맞췄을 때 가장 좋은 성적이 나는 스타일. 하지만 타협과 인정을 기대했던 강자들의 젖히기 반격과 터프한 마크 선수들의 견제에 밀려나며 종합득점이 계속 떨어졌다. 


반등의 기회를 잡은 3월17일 광명경주에서는 인기순위 최하위로 경주에 나섰다. 당시 김성근, 정해권, 이기한이 3강을 형성했고 도전선수들이 가세하는 상황이었다. 초반 대열 앞선을 차지한 이규백이 선행을 나섰고 경상권 연대인 김성근이 최대한 지켜주는 경주 운영을 펼치면서 동반입상에 성공했다. 이규백은 선행으로 11초66의 양호한 200m 기록을 냈고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 한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킬 건 지킨다… 김상근

3월24일 광명 경주에서는 오랜만에 축 선수가 비교적 낮은 인지도의 지역연대를 적극적으로 챙기는 라인 경주가 나왔다. 차봉수가 축으로 나서는 경주였는데 경남권 연대 김상근(13기)을 초주 마크로 붙이고 본인이 직접 경주를 주도하는 깔끔한 전개로 동반입상에 성공했다.

김상근은 이날도 경주마다 인지도에서 밀려 불리한 자리에서 경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초주 마크의 기회가 오자 위협적인 라인 전환을 통해 타 선수들이 마크 자리를 빼앗을 의욕을 강하게 꺾는 경주 운영을 전개했다. 평소 다른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는 무리한 몸싸움은 피하는 성격의 김상근이지만 지켜야 하는 자리가 나왔을 때는 매우 공격적인 페달링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배재국 경륜뱅크 예상팀장은 “힘 좋은 신인들이 대거 등장해 강자들의 인정을 받던 기존 선행형 선수들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한 회차 경주만 망쳐도 인지도와 함께 종합득점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 놓인 선수들은 자칫 잘못하면 오랜 슬럼프의 길로 빠지기도 한다"면서도 "이렇게 몇 차례 고전하는 경주를 거치며 종합득점이 낮아졌지만 객관적인 기량만 놓고 봤을 때 자력승부로 충분히 입상이 가능한 선수들은 언제든 선행 젖히기 한방을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