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아론 램지. /사진=로이터
아스날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아론 램지. /사진=로이터

아론 램지를 지켜보는 아스날 팬들은 만감이 교차할 듯하다. 11년 동안의 아스날 생활을 마무리하고 오는 여름 유벤투스로 떠나게 되는 램지는 최근 연이어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상승세에 기여하고 있다. 세리에A의 강호 나폴리를 상대로도 루카스 토레이라와 함께 중원을 누비며 승리를 이끌었다.
아스날은 12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에서 나폴리에 2-0 완승을 거뒀다. 홈에서 무실점 승리를 따낸 아스날은 4강 진출에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

지난 에버튼전과 달리 피에르 에머릭-오바메양과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투톱을 가동한 아스날은 특유의 패스 플레이를 앞세워 전반전에만 슈팅 11개(유효슈팅 4개)를 가져갈 정도로 나폴리를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반면 나폴리는 유효 슈팅을 단 한 차례도 가져가지 못하는 등 최악의 전반을 보냈다.

이날 복귀전을 치른 루카스 토레이라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중원에 무게감을 더했다. 여기에 토레이라와 짝을 이룬 램지 역시 전방위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팀 내 가장 많은 패스(50회)를 86% 성공률로 뿌리기도 했다.


램지는 이날 큰 활약을 펼치진 못했으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메수트 외질이 적극적으로 공격 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뒷받침했다. 여기에 수비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중앙 미드필더인 알랑과 파비안 루이스를 마크하면서 나폴리의 빌드업 작업을 방해했다.

이번 시즌 패스 성공률이 90%에 달하는 알랑은 이날 패스 성공률이 78%에 그칠 정도로 아스날의 중원에 고전했으며 후반전에 램지에게 완전히 지워진 루이스는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는 4-4-2 포메이션을 채용한 나폴리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철저히 막히면서 측면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램지와 토레이라가 유기적으로 협력수비와 중앙 커버 역할을 분담하면서 나폴리의 공격을 막아냈다.

나폴리전 램지의 히트맵. 전방위적인 활동량을 선보이며 토레이라와 함께 중원을 지배했다. /사진=후스코어드 닷컴
나폴리전 램지의 히트맵. 전방위적인 활동량을 선보이며 토레이라와 함께 중원을 지배했다. /사진=후스코어드 닷컴

여기에 램지는 이른 시간 선제골까지 넣으며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램지는 전반 14분 역습 상황에서 외질과 패스를 주고받은 후 재빨리 페널티 박스로 쇄도했다. 이를 본 알렝이 뒤늦게 램지를 추격했으나 에인슬리 메이틀리-나일스의 패스를 받은 램지는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뽑아냈다.
당시 램지는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와 메이틀리-나일스에게 수비수들이 시선을 빼앗긴 노려 순식간에 빈공간으로 찾아 들어갔다. 본인의 강점으로 꼽히는 오프더볼 능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여기에 램지는 후반 35분 헨리크 미키타리안의 결정적인 크로스를 허공에 날려 보내며 이날 경기를 본인답게(?) 완성시켰다.

경기 후 우나이 에미리 감독은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램지를 극찬했다. 그는 “엄청났다. 램지는 팀에 중요한 일들을 하기를 원했고, 팬들의 응원을 받은 램지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활약 이상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 말이다. 램지는 현재 오직 아스날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그의 활약상과 헌신을 강조했다.

'BBC' 역시 "아스날은 램지를 그리워할 것이다"라며 램지를 ‘맨 오브 더 매치(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하는 등 그의 활약상을 조명했다.

2008년 여름 아르센 벵거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로 아스날에 입단한 램지는 당시 나이가 만 18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페네르바체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당시 대회 역사상 5번째로 어린 득점자에 오르는 등 재능을 서서히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0년 2월 스토크시티와의 리그 28라운드 경기에서 라이언 쇼크로스에게 치명적인 골절 부상을 당한 램지는 부상 복귀 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싶었으나 잦은 부상과 기복에 시달리면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램지는 2013-2014시즌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전반기에 엄청난 득점쇼를 선보이며 '슈퍼 램지'라 불린 램지는 리그에서만 10골 8도움을 기록했으며 헐시티와의 FA컵 결승전에서는 연장 결승골을 넣으며 아스날에게 9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2016-2017시즌 첼시와의 FA컵 결승전에서도 결승 헤딩골을 뽑아내며 벵거 감독에게 마지막 FA컵 우승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후 들쭉날쭉한 시즌을 보내며 아스날 팬들에게 ‘애증의 존재’로 자리 잡은 램지는 이번 시즌 도중 유벤투스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아스날과의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램지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듯 ‘거너스(아스날의 애칭)’ 군단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에서 엄청난 활약과 헌신을 선보이며 소속팀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2013-2014시즌 헐시티와의 FA컵 결승전은 램지(오른쪽)에게 있어 최고의 순간 중 하나다. /사진=로이터
2013-2014시즌 헐시티와의 FA컵 결승전은 램지(오른쪽)에게 있어 최고의 순간 중 하나다. /사진=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