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에 대한 보건당국의 조사와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허가받지 않은 세포가 인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지 50일이 지났지만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불안감만 증폭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허가부터 판매 중단까지 거듭 석연찮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과 위기대응력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개발과 관련해 정부 지원금 145억을 받았다.  


지난 5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건강과 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여연대가 ‘코오롱 인보사 사태 50일, 정부의 책임있는 진상조사 및 환자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지난 5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건강과 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여연대가 ‘코오롱 인보사 사태 50일, 정부의 책임있는 진상조사 및 환자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식약처는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 현지실사 등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이용을 책임져야 할 보건당국이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코오롱생명과학을 옹호했다는 역풍이 불고 있다. 식약처의 책임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식약처, 문제 알고도 9일 동안 ‘쉬쉬’

식약처는 인보사 세포가 바뀐 사실을 인지하고도 9일 동안 공표하지 않았다. 미국 임상시험에서 인보사의 성분세포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된 시기는 지난 3월22일인데 식약처는 9일이나 지난 3월31일에야 국내 판매‧유통을 금지했다. 식약처가 곧바로 해당 사실을 알리고 사용을 중지했다면 이 기간 동안 환자 70여명이 인보사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보사 1회 처방 비용은 약 600만~700만원이다.


지난해 7월 고혈압치료제에 들어가는 중국산 ‘발사르탄’에 발암가능물질이 있다는 사실이 유럽에서 밝혀지자 즉시 판매를 중지된 것과 대조되는 식약처의 일처리다. 이에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사정을 봐주려 한다는 시선을 보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시민단체 참여연대, ‘건강과 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식약처는 인보사를 허가해 준 문제의 당사자여서 코오롱생명과학을 조사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며 “객관적인 기관의 감사와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는 식약처를 믿을 수 없으므로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별도의 기구를 마련해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종합결과 6월 최종 발표’


해당 의혹에 대해 식약처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에 맞서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상수 식약처 대변인은 “현대 과학에서 인보사의 문제세포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적기 때문에 위법인지, 고의인지, 세포 자체의 작동 원리인지를 모르는 상태”라며 “식약처가 경위 파악이 안된 상황에서 허가취소결정을 내리면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세포가 뒤바뀐 과정을 철저히 조사한 뒤 허가취소 여부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에 앞서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5월19일부터 10여명의 직원을 미국으로 보냈다. 식약처조사단은 코오롱생과학의 자회사이자 인보사 개발회사인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현지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제조용 세포주를 제조하는 우시, 세포은행 보관소 피셔 등을 방문해 인보사의 일부 성분이 개발단계에서 바뀐 게 아니라 초기부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신장세포가 사용됐다는 회사 측 주장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상수 식약처 대변인은 “시험 검사와 현지실사, 코오롱생명과학의 제출서류 등을 고려해 종합 결과가 나오는 즉시 최종 발표할 것”이라며 “발표시기는 이르면 6월 초중반일 것”이라 말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사진제공=코오롱그룹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사진제공=코오롱그룹

◆이웅열 전회장 등 전방위로 ‘불똥’
인보사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본인의) 4번째 자식”이라고 부를 정도로 애정을 쏟았던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다. 투자자들은 이 회장의 말인 만큼 믿고 투자했는데 ‘사기행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인보사 피해 환자와 소액주주들이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섰으며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의 회계 적정성도 도마위에 올랐다.

투여·처방받은 환자들은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인보사를 맞은 환자는 3707명으로 손해배상 청구액은 인보사 약값과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등을 고려해 산정할 계획이다. 투여·처방 횟수에 따라 원고당 700만원~2000만원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들도 공동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을 검찰에 고소하기로 결정한 것.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 손실액은 약 4102억원으로 추정된다.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인보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기 때문에 식약처의 조사 결과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취소되면 기업 존속 자체가 어려워져 소액주주의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4호(2019년 5월28일~6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