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5일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5세대 이동통신(5G)이 서비스 두달여를 맞았다. 지난달 기준 5G 가입자는 70만명 수준으로 다음달쯤이면 5G 가입자 1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가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알뜰폰(MVNO) 사용자는 다르다. 799만명의 국민은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업체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5G망을 사용할 수 없어 ‘선택의 자유’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통3사와 알뜰폰업계는 5G망 임대에 관련된 어떤 논의도 주고받지 않는 실정이다.


알뜰폰 매장. /사진=뉴시스 DB
알뜰폰 매장. /사진=뉴시스 DB

지난해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799만명으로 전체의 12.1%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47만명이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하는 등 2015년 전체 이동통신가입자 대비 알뜰폰 가입자의 비중이 10%를 넘어선 이후 매년 1%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초창기와 달리 다양한 프로모션과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우면서 알뜰폰은 마니아층도 적잖게 확보했고 2011년 7월  도입된 이후 단 한번의 가입자 감소세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4월 5G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알뜰폰 가입자가 전년 대비 급격하게 줄었다. 4월 한달간 알뜰폰업계는 가입자 8만명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1년 전 약 15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통상 4월이 호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큰 폭의 감소세다.

◆“다 뺏길라”… 발만 동동

올초까지만 해도 알뜰폰업계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5G시장에서 파격적인 요금제로 통신업계에서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는 나름의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5G 요금제 인가가 미뤄지고 상용화 일정이 연기되면서 불안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이통사와의 협상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통3사와 알뜰폰업계는 망도매 관련 논의를 하지 못한 채 5G시대를 맞았다.


알뜰폰업체는 이통3사와 달리 독자적인 망을 구축하지 않고 통신업을 한다. 망을 구축하는 대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에 임차료 성격의 ‘망 도매대가’를 제공하고 망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망구축에 큰 비용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저렴한 요금체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이통3사의 망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품질도 큰 차이가 없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는 아직 5G망 임대와 관련된 어떤 논의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3사와 알뜰폰업계가 협상을 통해 5G망 도매대가를 산정하지 않을 경우 알똘폰업체는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이통3사는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알뜰폰업체에 망을 임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5G망 구축이 한창이고 사용해야 하는 대역폭이 많아 알뜰폰업체에 섣불리 망을 공급할 수 없다”며 “올해 알뜰폰업체에 망을 공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5G 가입자를 최대한 유치해 설비투자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알뜰폰에 망을 빌려주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알뜰폰업계는 볼멘소리를 낸다. 5G시장이 형성단계에 있는데 알뜰폰업계는 어떤 대응책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알뜰폰 가입자수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시기상 3분기를 넘길 경우 큰 메리트를 얻기 힘들다”며 “이통3사가 관련 시장을 대부분 선점한 뒤 망 도매대가 협상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통3사가 5G망을 빌려준다고 해도 문제다. 5G망은 아직 전국적으로 구축이 되지 않아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또 LTE보다 단가가 비싸 저렴한 요금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동통신시장의 균형과 알뜰폰 활성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알뜰한' 5G폰은 왜 없나요

◆해답없는 정부 ‘나몰라라’
줄곧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장했던 정부는 소극적인 반응이다. 그간 전파사용료 면제기간을 연장하고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하는 등 알뜰폰업계 살리기에 매진했던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과기정통부 측은 “알뜰폰에 5G를 올해 안에 도입하기 위한 구상 중”이라며 “다만 하반기 이동통신시장의 상황을 봐야 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운영된 ‘알뜰폰 중장기 로드맵 전담반’도 이렇다 할 해답을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오는 9월이면 알뜰폰 도매제공의무제도도 일몰된다. 도매제공의무제도는 알뜰폰 사업자가 원할 경우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망을 빌려주도록 하는 제도로 알뜰폰 활성화정책의 핵심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월 이 제도를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실정이다.

여기에 금융규제샌드박스에서 사업을 허가받은 KB국민은행도 오는 9월쯤 통신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기반 금융-통신 융합서비스’를 표방하며 알뜰폰 업계와 다른 행보를 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은행은 5G를 우선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기존 알뜰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5G시대가 열리면서 다들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데 알뜰폰만 제자리걸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5G 상용화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오히려 위기를 앞당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