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활짝 연 천은사 보물 추가지정
지리산 8경 '노고단 운해'는 '선경'
| 노고단에서 바라본 지리산 운무. 노고단 운해는 지리산 8경의 하나다. /사진=박정웅 기자 |
지리산의 서쪽 끝을 찾았다. 전남 구례군 노고단(老姑壇·1507m)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4m)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우리 중 하나다. 노고단은 영봉(靈峰)이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제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냈기 때문이다. 노고단의 우리말은 ‘할미단’인데 할미는 국모신을 가리킨다. 그런 영봉을 스키장이나 캠핑장으로 오용한 눈먼 시절도 있었다.
◆32년 만에 폐지된 천은사 입장료
|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천은사. /사진=박정웅 기자 |
천은사 앞길은 노고단 탐방로 시작점인 성삼재로 이어진다. 천은사는 지리산횡단도로(지방도 861번) 길목에 매표소를 설치해 입장료를 받아왔다. 1987년부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징수해왔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2007년 이후에도 징수는 계속됐다. 조계종 ‘땅’(사유지)임을 강조하면서 문화재를 유지·관리한다는 명분을 앞세운 것.
| 32년 만에 산문이 개방된 천은사의 지방도. /사진=박정웅 기자 |
이 협약에는 천은사를 비롯해 전남도, 구례군, 환경부, 문화재청 등 8개 기관이 서명을 했다. 말이 ‘상생협약’이지 국민 세금으로 산적 통행료를 ‘돌려막기’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천은사에 내린 또 하나의 선물
| 지난 5월 보물로 지정된 천은사 극락보전. /사진=박정웅 기자 |
극락보전의 건축학적인 아름다움은 한류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서도 잘 나타난다. 극락보전 오른쪽에 촬영지임을 나타내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안내판은 한때 ‘남방 제일 선찰’이라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 극락보전의 보물 지정으로 천은사는 금동불감, 관세음대세지보살좌상, 괘불탱까지 6개의 보물을 자랑하게 됐다.
| 원교 이광사가 물 흐르듯 쓴 천은사 일주문 현판. /사진=박정웅 기자 |
입장료의 씁쓸한 뒷맛은 천은사의 샘에서 풀어내자. 일주문의 ‘지리산 천은사’(智異山 泉隱寺) 현판은 조선의 4대 명필인 원교 이광사의 물 흐르는 듯한 서체로 알려져 있다. 무슨 사연일까. 천은사 사찰명은 샘이 숨었다는 뜻을 간직했다. 본래는 감로사(甘露寺)로 창건됐는데 중창 과정에서 샘이 사라져 천은사라고 했다고 한다. 샘이 숨어버렸으니 화재가 잦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광사가 물 흐르는 듯한 체로 현판을 고쳐 쓰니 화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 비 그친 천은사 산사의 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
◆지리산 8경 ‘노고단 운해’
| 성삼재휴게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성삼재. /사진=박정웅 기자 |
그럼에도 지리산을 오르는 데 이만한 편안한 길도 없다. 노고단의 초입인 성삼재(性三峙·1092m)까지 자동차로 편히 오를 수 있다. 하이힐 차림으로 지리산 정상을 거뜬히 올랐다는 얘기는 이 도로 덕분이다. 천은사에서 성삼재까지 10㎞ 구간은 국내서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다만 헤어핀과 경사가 심해 안전운전에 유의해야 한다.
| 노고단 운해. /사진=박정웅 기자 |
| 노고단 정상. 돌탑 오른쪽으로 지리산 3대 봉우리인 반야봉과 천왕봉이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5.4㎞의 탐방로가 이어진다. 4㎞ 부근의 노고단대피소에서 하루를 쉬어갈 수 있다. 대피소 왼쪽 사면에는 1920년대 지어진 서양인(선교사)의 별장 형태의 피서지가 뼈대만 남아 있다. 덥고 습한 여름철에 머물던 곳으로 벽난로 흔적이 지금도 역력하다.
| 노고단대피소 인근의 서양인 피서지. 건물 뼈대만 남았다. /사진=박정웅 기자 |
반면 개찰구를 지나 노고단 정상으로 가려면 인터넷(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사전 예약해야 한다. 환경파괴를 한 대가다. 헐벗은 정상부를 복원하는 과정이어서 일일 탐방 일원을 제한한다. 아울러 탐방로를 벗어나는 몰상식한 행위 또한 엄격히 금지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