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고수는 모르는 생얼의 '몽콕 로컬여행'
| 홍콩 하버시티 인근에서 바라본 빅토리아 하버.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홍콩을 잘 안다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홍콩으로 출장을 자주 가고 쇼핑의 고수라는 사람일수록 홍콩이라는 도시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콩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매력을 가진 도시다. 아찔하게 높은 빌딩 숲속에 아시아와 유럽이 깊숙하게 잘 숨어있어 천개의 얼굴을 가졌다. 그래서 홍콩을 떠올리는 장면도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 홍콩의 대나무 비계. 고층빌딩 건축과 보수 과정에 자주 쓰인다.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영화 <블레이드 러너>, <배트맨 비긴즈> 등 미래를 그리는 영화 속 몽환적인 도시풍경은 홍콩을 밑그림으로 하고 있다. 슬로우 모션으로 두 남녀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던 <화양연화>의 뒷골목을 걸으며 왕정문이 흠모하는 양조위의 아파트를 몰래 엿보던 <중경상림>의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비현실적인 영화 속에 빠져드는 여행지가 홍콩이다.
◆로컬이 사랑하는 몽콕
| 활기찬 몽콕의 밤 풍경.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몽콕이라는 지명은 이 지역의 역사를 그대로 담았다. '왕각'(旺角)을 중국어 발음으로 하면 왕자오다. 그런데 왜 몽콕이라고 부를까. 원래 지명은 광둥어로 '몽곡'(芒角)이었는데 이민자들이 '몽'(芒)을 '몽'(望)으로 발음했다. 홍콩이 영국에 할양되고 나서 'MongKok'으로 표기했고 1930년 홍콩정부는 '旺角'으로 개명했는데 영어표기 지명인 'MongKok'은 그대로 두면서 몽콕으로 부르게 됐다.
| 현지인에게 친숙한 몽콕의 옷가게. 여행객들이 가볍게 지갑을 연다.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거리를 다니다가 들어간 빈티지숍에는 저런 물건들을 누가 살까 싶은 잡동사니가 널렸다. 하지만 그 속에서 흥미로운 옛 물건을 찾아내 계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허름해 보이는 길거리 작은 음식점에서 먹은 국수가 미슐랭 추천 리스트에 소개된 음식이라니. 길에서 찾은 홍콩의 맛이 몽콕을 시크릿한 여행지로 만들어 준다. 무엇을 상상하든 예상이 빗나가는 곳이 바로 홍콩이다.
◆오래된 한약방 뢰생춘
| 홍콩 현지인이 사랑하는 몽콕의 거리풍경.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뢰생춘은 베란다 스타일이 가미된 '통라우'(唐樓)라 불리는 주상복합건물로 영국 출신 건축가가 설계해 1931년에 완공됐다.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홍콩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2000년에 1급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됐다. 이 건물이 1444개의 홍콩 유적 건물 중 58번째 1급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되자 루이 가문은 사회에 기여한다는 비전에서 정부에 기증했다. 2008년 홍콩침례대학교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원형을 그대로 복원하면서 베란다의 유리창, 건물 밖으로 낸 계단, 내부 엘리베이터 세가지만 추가했다.
| 뢰생춘의 한방차 재료.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감옥에서 술 한잔, 타이퀀
| 타이퀀 전경.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타이퀀 문화예술센터는 최근 홍콩 현지인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사랑받고 있다. 16개의 건물이 복원됐고 이곳의 역사에 감명을 받은 새로운 건물 2개가 들어섰다. 타이퀀라는 말 그대로 대규모의 공간에서 인터랙티브 투어, 유산 스토리텔링,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주제별 전시 등을 통해 독특한 홍콩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연극, 음악, 춤, 영화와 같은 문화 활동이 열리고 있는 것.
| 타이퀀의 설치미술.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 타이퀀의 설치미술.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경찰서 건물이었던 타이퀀101은 당시에 사용됐던 물건들을 흥미진진하게 전시하고 있는데 관람객은 죄인이 돼 동선을 따라 미션을 완성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타이퀀 문화예술센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교도소 내부 건물이다. 죄인이 수감됐던 감방은 네온사인으로 장식돼 술 한잔 마시며 쉬어가는 바(BAR)로 운영되고 있다. 아마도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술 한잔이 가장 그리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 꿈을 실현해 준 것은 아닐까.
◆세계문화유산이 된 메이호하우스
| 메이호하우스.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 메이호하우스 내부.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메이호하우스에는 첫번째 공공주택을 그대로 보존해서 당시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물관이 있다. 1950~1970년대 홍콩의 생활환경과 문화 그리고 생활습관을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도록 그 시대의 물건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족은 많았으며 좁고 힘들었을 삶의 공간이 지금은 인형의 집처럼 전시돼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홍콩의 역사, 건축, 문화, 사회를 이해하는 데 이만큼 좋은 장소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옛 모습과도 많이 닮은 사진 속 풍경들을 보면서 홍콩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박물관과 함께 빈티지숍과 쉬어가는 공간으로 카페가 있으며 나머지 공간은 여행자들을 위한 유스호스텔로 운영된다. 이 호스텔은 홍콩의 첫번째 공공주택의 생활환경을 상세히 설명하는 투어를 갖춘 매우 특별한 숙소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1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