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 생동하는 원시의 자연 품다
자전거, 탈수록 가벼워지는 삶의 무게
| 지난 23일 몽골 울란바토르 동쪽 에델솜 지역의 대초원을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
자전거가 대초원을 찾았다. 케이벨로 자전거여행객들이 22~24일(현지시간) 몽골의 대초원을 누빈 것. 때마침 사나흘 연속 비가 내려 청량감이 더했다. 더욱 맑아진 대기에 먼 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애써 미간을 찌푸리지 않아도 좋았다. 물이 귀해 혹독하다던 초원의 삶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평온해 보이는 초원, 그곳에서 바퀴를 구를수록 뭔가가 비워진다는 감상이 잦았다. 물론 한낱 여행자의 시선과 잣대로만 초원의 삶을 말할 순 없겠다.
| 23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 대초원의 습지를 찾은 자전거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
임은영(52)씨의 몽골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한다. 15년 전 당시 초등생이던 자녀와 몽골을 찾은 것. 그는 초원을 달리는 내내 한결같은 표정이었다. 폭우가 쏟아져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거나 바퀴가 박힌 습지에서 진흙범벅의 얼굴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 달리는 자전거 행렬이 초원 풍경과 조화롭게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
임씨는 또 “자전거여행을 와서 자전거를 타서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면서 “몽골사람들의 좋은 기운에 도시생활에서 놓친 무엇인가를 되짚은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의 맑은 눈을 봤다”고도 했다.
최희락(71)씨는 숙박지인 훈누캠프에서 승마 체험을 하지 않은 채 게르에서 단잠을 청했다. 그런 그가 다음날 찾은 유목민의 게르에선 주인장이 내준 말에 덥썩 오르더니 초원에서 내뺐다. 알고 보니 과거 승마 생활체육대회 등을 휩쓴 수준급 승마인이었던 것.
| 자전거여행객들은 대초원의 한 유목민의 게르에서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가졌다. /사진=박정웅 기자 |
그는 “주객이 전도됐다. 밤하늘에 대한 충격으로 몽골에 대한 기억은 말에서 별로 바뀐 것”이라면서 “연속된 비에 아쉽게도 초원의 밤하늘을 볼 순 없었다. 느낌은 조금 다를 순 있겠으나 말 달리는 것처럼 자전거로 오랜 만에 초원을 달린 기분도 새롭다”면서 훗날 별 체험을 기약했다.
김영희씨는 이번 여행을 단단히 벼렸다. 이번이 첫 해외 자전거여행이란다. 또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지난 2년간 자전거를 거의 타질 못했다는 것. 그는 “자전거 바퀴를 초원에 맞는 것으로 교체해서 연습까지 했다. 몽골의 대초원을 달린다는 생각에 잠까지 설쳤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자전거 실력에다 만반의 준비까지 갖춘 그의 자전거는 경쾌했다. 변덕스런 날씨와 초원의 다양한 지형지물을 가리지 않았다.
| 초원을 굽어보는 칭기즈칸 기마상 뒤편 언덕에 오른 자전거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
또 “초원에 야생화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공기가 청량한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대초원은 전문 가이드와 지원차량이 함께하면 즐거운 자전거여행이 될 것”이라면서 “노년에 건강을 지키는 데 자전거만 한 것이 없다. 돌아가면 지인들과 몽골 자전거여행을 계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