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서’ ③순천 선암사·불일암·순천만
| 말없음으로 말을 거는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 /사진=한국관광공사 |
◆산사 ‘선암사’ 가을 물든다
선암사는 정호승의 시가 아니라도 가을에 붐비는 사찰이다. 시월, 단풍은 아직 이르나 산사 초입부터 불어드는 계곡의 바람은 의심할 여지없이 가을이다. 유유히 흐르는 계곡물에 눈을 씻는다. 그 절정은 화강암 장대석을 무지개 모양으로 연결한 승선교(보물 400호)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을 보듯 다리를 감상하거나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승선교는 지척의 강선루와 짝을 이룬다. 이름을 풀면 선녀가 내려온 누각(降仙樓)이고 다시 올라간 다리(昇仙橋)다.
|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 /사진=한국관광공사 |
| 선암사 해우소. /사진=한국관광공사 |
하지만 시인이 선암사에 가라 권한 장소는 따로 있다. 순천선암사측간(전남문화재자료 214호), 다시 말해 오래된 재래식 화장실(해우소)이다. 선암사는 돌다리가 문화재이듯 해우소 역시 문화재다. 앞면 6칸, 옆면 4칸 맞배지붕 건물로 평면은 정(丁) 자 모양이다. 정호승 시인은 이곳에서 “실컷 울어라”라고 했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줄 거라 했다. 바닥이 깊은 해우소는 으슥하다기보다 그윽하다. 선암사에 현대식 화장실이 여러 곳 있지만, 해우소에서 일을 보고 나올 때 마음의 찌꺼기도 사라진 듯하다.
선암사 해우소에서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지 않았다면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에 들러볼 일이다. 선암사 가는 길에서 살짝 벗어난 산중 한옥이다. 순천시에서 생산하는 야생 찻잎으로 차를 만들어보거나 시음할 수 있다.
◆승보사찰 ‘송광사’, 불일암 무소유길
| 불일암. 법정이 사랑한 후박나무와 쉼터. /사진=한국관광공사 |
송광사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1975년에 내려와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쓴 곳으로, <무소유>의 산실이라 불린다. 하지만 경내에서 조금 떨어진 산중 암자라 무심코 지나는 이가 많다. 불일암에 이르는 길은 ‘무소유길’로 3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그 이름처럼 간간한 땀방울이 몸의 욕심을 덜어낸다. 대신 고요한 숲길의 청량함이 마음을 채운다. 실은 무소유하기 쉽지 않을 만큼 호젓하고 다감하다. 편백숲에 정신이 혼미할 즈음, 법정 스님의 글귀가 쉬었다 가길 권한다. 또 대숲의 정취에 취할 즈음에는 댓잎에 서걱서걱하는 바람이 스님의 법문인 양 귓가를 스친다.
| 무소유길의 쉼표 법정스님의 글귀. /사진=한국관광공사 |
◆갈대 흐르는 순천만습지
순천의 가을은 고찰에만 머물지 않는다. 순천만습지에 갈대가 흐드러진다. 그 사이를 거닐며 단풍과 다른 갈대의 매력을 만끽한다. 가족 여행객은 습지 생태 학습을 겸할 수 있다. 갈대숲탐방로 가는 길에 자연생태관, 순천만천문대, 자연의소리체험관 등 배움터가 많다. 곧장 갈대숲탐방로를 거닐어도 무방하다. 탐방로 아래 농게와 칠게, 짱뚱어 등 다양한 습지 생물이 꼼지락댄다. 연인에게는 사방이 포토 존이다. 가을빛 낭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순천만습지 갈대꽃. /사진=한국관광공사 |
| 무진기행의 무대가 되는 순천만습지. /사진=한국관광공사 |
김승옥 작가가 궁금한 이는 순천문학관에 가보자. 순천만습지에서 동천을 따라 도보 20분 거리다. 초가 9동 가운데 김승옥관이 있다. 소설가이자 극작가 김승옥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순천문학관에는 <오세암>을 쓴 동화 작가 정채봉의 전시관도 있다. 그가 법정 스님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읽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 와온해변 일몰. /사진=한국관광공사 |
시내권에는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이 재미난 사진을 찍기에 좋다. 일제강점기에 조성한 철도관사마을로, ‘뉴트로’ 감성이 돋보인다. 옛 농협 창고를 개조한 청춘창고 또한 순천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당일 여행 코스
문학여행 코스: 선암사-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송광사 불일암-순천문학관
촬영여행 코스: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순천만습지-순천문학관-와온해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날: 송광사 불일암-송광사-굴목재-선암사-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둘째날: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순천만습지-순천문학관-와온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