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플의 밤. /사진=JTBC 제공 |
"설리는 붕어상의 새로운 패러다임 얼굴은 어종. 하는 짓은 관종" "관종 인정. 관심 좀 주세요"
"너네 마약하면 동공 커지는 거 아냐. 설리 동공봐라 딱 약쟁이" "NO인정. 제가 영화 ‘리얼’이라는 영화를 찍었다. 영화에서 마약하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 마약 영화를 하루에 다섯번씩 보며 공부를 많이 했다. 나도 메소드 연기 좀 하면 안돼? 나도 잘해보고 싶어서 그러는거야"
지난 6월21일 공개된 JTBC 2TV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에서 고 설리가 자신을 향한 악플을 낭송하는 장면이다. 방송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악플문화 근절’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무색하게 또 다른 악플들이 터져나왔다.
일각에서는 ‘자극적인 것을 넘어서 연예인의 멘탈을 깎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반면 “재미있다” “악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굼하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14일 설리가 세상을 떠나자 화살은 그가 출연했던 ‘악플의 밤’으로 향했다. 폐지를 요구하는 항의가 빗발쳤고 ‘악플의 밤’ 측은 지난 22일 제작 중단을 결정하며 “고 설리님과 함께한 시간, 영광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연예인을 단순히 대중의 유흥거리로 소비했다는, 방송가 책임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연예인은 악플에도 쿨해야 하나요?
지난 11일자로 종영한 JTBC '악플의 밤'은 스타들이 악플과 직접 대면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밝히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방영 전 제작진은 "’악플의 밤'을 통해 스타들은 자신을 따라 다니는 악플을 이야기하고 댓글 매너도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의미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악플의 밤’을 자주 시청했다는 A씨(28)는 ‘악플’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해 연예인을 단두대에 올렸다고 평가했다.
‘악플의 밤’은 연예인이 자신을 향한 악플을 읽고 ‘인정’ 혹은 ‘NO인정’이라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NO인정’이라고 답할 경우 그 이유도 함께 설명해야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대부분이 외모비하 등 인격모욕성 댓글이었다. 왜 ‘범죄’에 해당하는 악플에 대해 인정하거나 해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또 (악플 내용을) 인정하면 ‘쿨한 연예인’으로 칭송받고 인정하지 않으면 그렇지 못한 연예인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남는 건 상처 뿐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방송분에서는 '목소리가 질린다. 히트곡 못 내고 금방 사라질 듯' '전형적인 돼지상. 찐빵처럼 생김' 등 능력과 외모를 비하하는 악플을 웃어 넘기는 스타의 모습이 담겼다. 애초 프로그램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런 악플은 잘못됐다고 따끔하게 지적하고 넘어가거나 언급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 2TV ‘연예가중계’에서는 ‘악플의 밤’을 재조명하며 연예인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방송가의 풍토를 지적하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비전문가들이 (악플에 대해) 수다 떠는 부분으로만 넘어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여도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전문가들이 끄집어내서 제대로 잡아줘야 한다. 그런 안전장치를 많이 신경 썼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 충문으로 들었쇼. /사진=채널A |
◆연예인 인권 보호없는 안전 사각지대 '예능프로그램'
당시 tvN 'E뉴스'는 "나경은 전 아나운서의 외제차는 유재석이 선물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잠입취재' 형식으로 방송인 유재석의 집 근처에서 나경은 전 아나운서의 차를 찍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인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풍문으로 들었쇼'도 연예인들의 사적인 내용을 무분별하게 보도해 줄곧 폐지요구에 직면해왔다. 특히 지난 2017년 ‘풍문쇼’는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방송인 A씨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넣어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한 패널은 ‘아는 제작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A씨는 정서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친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다른 패널은 "A씨가 인터뷰 도중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후배 기자에게 들었다"고 말하는 등 추측성 정보를 무책임하게 보도해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한 패널은 ‘아는 제작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A씨는 정서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친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다른 패널은 "A씨가 인터뷰 도중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후배 기자에게 들었다"고 말하는 등 추측성 정보를 무책임하게 보도해 구설수에 올랐다.
또 193회 방송분에서는 송혜교 송중기의 이혼과 관련한 루머를 되짚고, 210회에서는 일부에게만 공개된 고 설리의 비공개 SNS 내용을 언급하며 언론의 기능인 정보전달을 넘어서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시청자 보호' 위주의 방송제재, 연예인은?
이같이 흥미위주의 선정적 경쟁보도로 인한 연예인의 인권침해 문제는 늘 중요한 사안으로 언급됐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로는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순으로 수위가 높아지며 최고 수위 제재로 ‘과징금 부과’가 있다. 즉, 방송사의 인권침해에 따른 최고 처벌 수위는 '과징금 부과'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그마저도 시청자 위주의 제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앞서 '악플의밤'에 대해 "악플내용을 상세하게 방송하는 것은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출연자를 위한 정서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따라서 피해를 입은 연예인들은 방송사나 기자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걸어 자력으로 피해를 보상받아야 한다.
학계 관계자는 "언론의 권리를 우선 보장하는 쪽으로 언론법이 발달했다. 이 같은 언론의 자유권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명예권 및 사생활을 보호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연예인 피해자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