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변종대마를 흡연하고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실형은 피했지만 업무 복귀가 길어지면서 향후 경영권 승계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 변종 대마를 흡인하고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CJ?그룹 장남 이선호씨가 24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뒤 구치소를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이씨는 CJ그룹 승계 1순위 후보로 꼽혀온 인물. 지난 2013년 23살 나이에 CJ제일제당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리와 과정을 거쳐 2017년 부장으로 승진하며 승계 수업을 받아왔다. 지난 5월에는 식품 전략기획1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승계를 염두에 둔 보직 이동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달 1일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마약을 숨겨 들여오다 적발됐다. 당시 이씨 가방에는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20개와 대마 캔디 37개, 대마 젤리 130개 등이 들어있었고, 그로부터 4일 뒤 긴급체포 후 구속되면서 업무에서 손을 뗐다.
이씨는 현재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의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의 비상장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 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올 4월 CJ올리브네트웍스가 분할, 주식교환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CJ지주사 지분을 2.8%를 확보하자 이를 두고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작업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지금까지 이씨 아버지인 이 회장이 만선신부전과 유전질환을 앓고 있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씨가 마약 밀수에 연루되면서 승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 건물 회사 CI와 파란불이 겹쳐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사내 징계와 주주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CJ그룹 회사 내규에는 직원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징계 처분을 위한 인사위원회를 연다는 내용이 있다. 이씨가 법원의 판단 외에도 사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 이 경우 주주들의 경영권 승계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다.
다만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은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도 등기임원 선임은 가능하다. 회사 경영 참여는 가능할 전망이지만 집행유예 기간이 길어져 경영 복귀가 늦어지면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가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도 꾸준히 나온다. 올 연말 두 남매가 보유하게 될 그룹 지분 차이가 1.7% 차이에 불과해서다.
이 상무는 지난해 7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지목되는 CJ ENM 브랜드 전략 담당 상무로 발령받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케이콘(KCON) 등 미국에서 달성한 해외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한 만큼 업무능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CJ그룹이 문화산업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도 이 상무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배경. CJ그룹이 여성 친과 기업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 상무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상무뿐 아니라 이 상무의 남편 정종환 CJ 상무도 그룹에서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 상무는 IT컨설팅 업체인 켑제미나이, 씨티그룹을 거쳐 결혼 후에도 모건스탠리 스미스바니에서 근무하다가 2010년 8월 CJ에 입사해 부부가 함께 미국지역본부에서 일했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던 기업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많은 변수에 직면하게 됐다”며 “이 상무 부부의 역할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