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불탄봉 트레킹에서 만난 동백꽃. /사진=박정웅 기자
거문도 불탄봉 트레킹에서 만난 동백꽃. /사진=박정웅 기자
가을의 끝자락, 따뜻한 날씨에 남도의 동백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6일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불탄봉 트레킹 코스에는 동백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해 탐방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육지와 제주도의 중간 지점에 있는 거문도는 먼바다 섬으로, 아열대림이 우거져 사시사철 푸르다. 특히 서도의 불탄봉 트레킹 코스에는 동백 터널숲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세섬으로 이뤄졌다. 이 세섬이 감싸는 거문도항은 먼바다임에도 파도가 거의 없어 천혜의 항이다. 또한 경관이 빼어나 미항으로 꼽힌다. 이중 가장 크고 긴 섬인 서도와 두 번째 큰 섬인 동도가 파도와 바람을 막아준다. 거문도항은 가장 작은 섬인 고도에 자리한다. 거문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요새로서 거문도의 도내해(島內海)의 가치는 제국주의 침탈에서 확인된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영국의  거문도 점령 사건(1885년)과 일제의 태평양전쟁 병참화 등 우리 민족으로선 뼈아픈 역사가 거문도를 관통한다.

목넘어를 지나 유림해변 인근에서 본 거문도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목넘어를 지나 유림해변 인근에서 본 거문도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아픈 역사임에도 미항으로서 거문도 전체 조망은 서도의 불탄봉 트레킹에서 한눈에 담는다. 고도에서 서도를 잇는 삼호교를 건너 좌회전해 해안길을 걷다보면 왼쪽으로 불탄봉 이정표가 보인다. 트레킹 코스는 서도의 주산인 음달산(237m)에서 남해 최초의 등대인 거문등대가 있는 수월산(128m)까지 이어진다.
주요 기점은 불탄봉-비로봉(보로봉)-신선바위-목넘어(목넘이)-거문등대로, 전체 코스는 약 6㎞쯤이다. 이중 목넘어-거문등대 약 1.5㎞ 구간은 거문도자연관찰로에 해당한다. 목넘어에서는 차도가 있어 서도와 고도로 편안하게 복귀할 수 있다. 약 2㎞ 거리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걸으면 좋다. 물론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개별여행객에겐 희소식이 있다. 6일부터 거문도에 첫 대중교통이 도입된 것. 이날 뭍에서 온 미니버스가 눈길을 끌었다. 목넘어를 지난 유림해수욕장에 정류장 입간판이 섰다. 버스 노선은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불탄봉 트레킹의 대미를 장식하는 거문도 여행 1번지 거문등대. 일제가 세운 남해 최초의 등대(오른쪽)다. /사진=박정웅 기자
불탄봉 트레킹의 대미를 장식하는 거문도 여행 1번지 거문등대. 일제가 세운 남해 최초의 등대(오른쪽)다. /사진=박정웅 기자
불탄봉 트레킹은 서도의 연봉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동백 터널숲은 아름다운 동백꽃과 맑고 개운한 공기를 선사한다. 불탄봉까진 경사가 다소 가파르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 계속돼 누구나 가볍게 걸을 수 있다. 동백을 비롯한 아열대림 등 거문도의 독특한 식생을 확인할 수 있는 게 불탄봉 트레킹의 묘미다.
또한 긴 능선에 펼쳐진 억새군락에서 늦가을의 정취도 만끽할 수 있다. 능선 왼쪽으론 남해의 해금강인 백도에 버금갈 만큼의 해벽이 장관을 이룬다. 곳곳에 전망 포인트와 쉼터가 마련돼 있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아픔의 역사도 확인되는데 불탄봉 인근에 일제의 군사시설(벙커, 관측소 등)이 바로 그것이다.

벌써 땅바닥에 드러누운 동백도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벌써 땅바닥에 드러누운 동백도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거문도 주민에 따르면 불탄봉의 지명은 산불에서 유래한다. 본래는 지명이 없었는데 산불이 난 뒤 자연스레 불탄봉이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유래는 아니다. 여기에다 하나를 더 붙이면 좋겠다. 붉은 동백꽃이 온 산을 가득 메워 불에 탄 듯 붉게 보여서 불탄봉이 아닐까. 트레킹 내내 붉음의 향연은 아름답다. 더구나 동백꽃을 피게 하는 조그마한 동박새를 마주하면 그들의 울림에 일상의 먼지가 씻기는 듯하다. 단풍 나들이에 한창인 요즘, 동백꽃을 따라 거문도를 걸음하면 보다 근사한 가을여행이 되지 않을까.
거문도 뱃길은 두곳에서 열린다. 전남 여수의 연안여객선터미널과 고흥의 녹동항이다. 여수에선 하루 두 차례 고속페리가 뜬다. 거문도항까진 2시간30분, 반대로 여수항까진 1시간50분가량 걸린다. 녹동항에서 차도선이 운항한다. 여수는 특히 11월1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페리 요금을 할인한다. 여수시민에게 50% 할인하는 것을 다른 지역의 국민에게 할인 폭을 넓힌 것이다. 섬여행 활성화를 위한 이 제도는 올해 처음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