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9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전시장. /사진=채성오 기자
지스타 2019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전시장. /사진=채성오 기자
지난 11월17일 폐막한 지스타는 전년 대비 3.9% 증가한 24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외적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지스타에서는 중국기업들의 성장세,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인물), e스포츠·게임방송 플랫폼업체들이 전면에 나선 대신 체험형 이벤트와 신작 비중이 크게 줄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에서 ‘보는 게임’으로 전환된 느낌이다. 
보는 게임의 중심에는 ‘e스포츠’가 있다. 한때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며 세계무대를 호령했던 한국선수들은 최근 글로벌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며 중국과 유럽선수에게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모바일에 국한된 산업 경향도 클라우드 기반의 스트리밍게임이 표준이 된 글로벌시장에 뒤처졌다. e스포츠와 스트리밍으로 양분된 게임 패러다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빛바랜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은 1990년대말 ‘스타크래프트 붐’으로 ‘e스포츠 종주국’ 반열에 올랐다. 같은 기간 초고속인터넷과 PC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프로게이머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지금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기욤 패트릭부터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타플레이어가 한국에서 배출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e스포츠선수 ‘페이커’ 이상혁도 글로벌 토너먼트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은 2010년대 초반까지 명실상부한 e스포츠 종주국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e스포츠 종주국의 지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는 올해까지 2회 연속 중국팀과 유럽팀의 결승무대가 펼쳐졌고 우승컵을 중국프로리그(LPL)에 내줬다. ‘페이커’가 소속된 SK텔레콤 T1이 세번이나 우승하며 글로벌 강호로 올라섰던 영광의 자리는 이제 가질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


문제는 e스포츠가 세계적인 게임시장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e스포츠시장 규모는 1조원으로 전년 대비 38% 늘었다. 북미와 중국이 각각 37%와 19%의 비중을 차지하며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는 사이 한국은 6%까지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통계자료에는 기타 국가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2019 롤드컵 결승에 우승한 중국 LPL 소속 펀플러스 피닉스 팀이 세레모니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라이엇게임즈
2019 롤드컵 결승에 우승한 중국 LPL 소속 펀플러스 피닉스 팀이 세레모니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라이엇게임즈
특히 게임산업이 보는 문화에 익숙해져 가는 시기인 만큼 국내 게임업계에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약한 e스포츠 인프라를 단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1990년대 말에는 초고속인터넷과 PC의 보급이 대중화되는 시기였고 무엇보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킬러콘텐츠가 비슷한 시기 유입되면서 e스포츠 수요층이 폭증할 수 있었다.

이를 양분으로 삼아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선수, 구단, 경기장, 플랫폼(방송중계) 등 다각적인 투자를 해야했지만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성장의 맥이 끊긴 상황이다. e스포츠선수를 육성할 풀뿌리 구단들이 초·중·고·대학교에 분포돼야 함에도 활성화되지 않은 점이 부메랑으로 되돌아 왔다는 분석이다.

LoL, 오버워치 같은 글로벌 e스포츠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한 점도 한국의 위상이 낮은 이유로 분석된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게임시장이 육성중심의 역할수행게임(RPG)에 집중되다보니 대전요소가 강한 e스포츠로 전환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로 형성됐다”며 “e스포츠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려면 정부나 기업의 전폭적인 투자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글로벌 대회로 론칭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선점 NO, 콘텐츠로 승부수

e스포츠와 함께 보는 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게임이다. 스트리밍게임은 콘솔버전에서 볼 수 있었던 고용량게임을 클라우드에 저장한 후 스마트기기로 불러와 즐기는 형태다.

구글은 지난 11월19일(현지시간) 스트리밍게임 플랫폼 ‘스태디아’를 전세계 14개국에 출시해 시장선점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엑스박스 팬페스티벌인 ‘X019’ 행사를 통해 내년부터 엑스클라우드 시범서비스를 캐나다, 인도, 일본, 서유럽 지역 등 다양한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스타 2019 현장에서도 LG유플러스가 엔비디아와 협업한 ‘지포스 나우’를 시연한 바 있다.

주의 깊게 봐야할 점은 스트리밍 게임플랫폼의 경우 클라우드서비스를 확보한 기업이 유리하다는 측면이다. 향후 구글 스태디아나 MS의 엑스클라우드가 자리잡을 경우 현 모바일시장에서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처럼 시장을 양분하는 형태로 변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플랫폼을 가진 기업에 게임사가 종속되는 기현상이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

지스타 2019 LG유플러스 부스에서 스트리밍게임 플랫폼을 통해 철권7을 플레이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지스타 2019 LG유플러스 부스에서 스트리밍게임 플랫폼을 통해 철권7을 플레이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실제로 글로벌시장에서 스트리밍게임은 성장 잠재력이 큰 사업분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클라우드 게임시장이 지난해 2700억원 규모에서 2023년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한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시장 환경의 경우 이동통신사 등 기술과 플랫폼을 가진 기업 등이 해외 정보기술(IT)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만큼 게임사는 킬러콘텐츠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발역량을 지닌 개발사가 스트리밍게임 플랫폼시대에서도 살아남아야 글로벌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 교수는 “산업트렌드의 이동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봐야겠지만 국내 여건상 관련 플랫폼을 구축할 만한 게임사는 없다”며 “킬러콘텐츠를 가진 개발사나 관련 스튜디오를 보유한 게임사 등 콘텐츠 제작역량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0호(2019년 11월26일~12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