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IP 사업확장… 리니지2M까지 연타석 홈런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
엔씨소프트는 2015년부터 모바일로 재편된 게임시장에서 이렇다할 타이틀 없이 신작개발에 몰두했다. 마침내 2017년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이 출시됐고 550만명이라는 사전예약자가 몰릴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대다수 게임사들이 다작을 배출하는 동안 숱한 추측과 우려 속에 세상에 나온 리니지M은 무려 892일 동안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893일을 못버티게 한 장본인도 리니지M의 형제 ‘리니지2M’이었다.
지난달 27일 출시된 리니지2M도 2년 6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완성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다. 리니지2 IP를 기반으로 제작돼 출시 후 9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는 4일만에 정상을 차지하며 엔씨소프트의 저력을 실감케 했다.
PC 온라인게임의 모바일화를 성공시킨 배경은 김택진 대표의 경영철학에 기인한다. 게임산업을 만든 1세대 최고경영자(CEO)들이 대외활동을 최소화 하며 존재감을 낮추는 사이 김 대표는 직접 ‘최고창의력책임자’(CCO)을 맡아 제작을 진두지휘했다. 리니지2M에서도 선임최고프로듀서(SEP)로 이름을 올리며 게임개발에 공을 들였다. 마치 방망이를 깎는 장인처럼 김 대표의 성공신화는 서서히 완성되고 있었다.
◆MMORPG시대 열다
김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대학 재학시절 한메소프트를 설립해 한글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 공동 개발했다. 대학 졸업후 현대전자에 입사해 보스턴 R&D센터를 거쳐 당시 국내 최초 인터넷 온라인서비스 ‘아미넷’(신비로)의 개발팀장을 지냈다.
한메소프트와 현대전자에서 개발 노하우를 익힌 김 대표는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해 게임산업에 뛰어 들었다.
김 대표는 당시 1년 후배였던 송재경(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이 넥슨을 나와 아이네트에서 개발한 ‘리니지’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당시 송재경이 넥슨에서 1세대 MMORPG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것을 기억한 김 대표는 ‘리니지팀’을 인수해 엔씨소프트로 품었다. 엔씨소프트에서 완성한 리니지는 1998년 9월 출시돼 국내 게임시장에 MMORPG 붐을 일으켰다.
리니지로 국내 게임시장에 MMORPG를 보급한 김 대표는 차기작 제작에 나선다. 전작 리니지가 2D였다면 당시 최신 게임엔진인 언리얼엔진2를 기반으로 리니지2를 개발했다. 2003년 출시한 리니지2는 3D MMORPG의 서막을 알렸다.
MMORPG로 시장을 평정한 김 대표는 ‘아이온’으로 엔씨소프트만의 DNA를 이어갔다. 2008년 11월11일부터 2주간 오픈베타테스트(OBT)를 실시하고 같은달 25일부터 상용화를 시작했다. 리니지와 리니지2로 라인업의 공백이 느껴질 만한 상황에서 등장한 아이온은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거두며 ‘신의 한수’로 통했다.
◆모바일에 눈뜬 '택진이형'
게임산업 초기 시장을 재패했던 MMORPG는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반복적인 퀘스트와 높은 레벨이 될수록 경험치와 보상 획득이 어려워져 중도 이탈하는 유저가 늘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1세대 개발자들은 새로운 장르와 신생 게임사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고 유저는 매순간 다른 결과를 내는 적진파괴게임(MOBA)와 1인칭슈팅(FPS) 장르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서든어택’, ‘리그 오브 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등 대규모 인원이 단판 승부를 내는 게임들이 주류로 올라선 사이 MMORPG는 점차 외면받기 시작했다. e스포츠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그 간극은 더 크게 벌어졌다. 2015년 들어 스마트폰 게임이 존재감을 키우면서 온라인게임에 집중했던 게임사들은 모바일로 플랫폼을 옮겨갔다.
경쟁 기업들이 모바일게임시장을 선점하고 장르를 다각화 하는 시도를 진행하는 사이에도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 개발진은 완성도를 고집했다. 타사보다 한발 늦게 출시한 리니지M은 모바일 게임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출시 당일 게임에 접속한 이용자가 201만명을 넘어서는 등 흥행 신기록을 경신했다. 첫날 매출만 107억원에 달해 긴 개발기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엔씨는 리니지M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7년 매출 1조7587억원을 기록했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리니지2를 기반으로 제작한 리니지2M은 김 대표의 개발철학을 그대로 이어갔다. 출시전 간담회에 등장해 직접 게임을 소개하는가 하면 광고에 등장해 친숙한 ‘택진이형’의 이미지를 선보였다.
리니지2M 간담회에 CCO 자격으로 참석한 김 대표는 “16년전 리니지2가 세상에 나와 모두를 놀라게했던 과감한 도전 정신과 기술적 진보를 리니지2M을 통해 모바일에서 재현하겠다”며 “단언컨대 기술로 리니지2M을 따라올 게임은 몇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자신감이자 성공에 대한 믿음이었다.
김 대표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새로운 게임과 IP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웨스턴 지역 공략을 위한 멀티 플랫폼(콘솔·PC온라인) 타이틀 개발과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기술을 연구해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택진이형’은 오늘도 원대한 꿈을 꾼다.
◆프로필
▲1967년생 ▲서울대 전자공학 ▲한메소프트 ▲현대전자 보스턴 R&D 센터 ▲현대전자 아미넷(신비로) 개발팀장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겸 프로야구 NC다이노스 구단주
☞ 본 기사는 <머니S> 제623호(2019년 12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