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동 일대 부동산시장이 들썩인다. 노후주택이 많아 개발요건을 두루 갖춘 데다 강남 접근성이 탁월하고 한강 조망권까지 갖춰 시장의 관심이 높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됐다는 볼멘소리가 가득하지만 흑석동 일대 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쏠린 이유는 이 때문이다. 최근 흑석동 일대 아파트는 매도 호가가 뛰고 공시지가가 상승하는 등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과거에는 경사가 가파른 달동네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강남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
◆강남4구는 이제 ‘동작구’?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일대 부동산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흑석동의 한 상가주택을 매입했다 투기 논란이 일자 되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의도치 않게 동네 홍보를 톡톡히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한강을 낀 강남권 입지다 보니 미래가치가 높다는 업계 평가가 지배적이다.
A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흑석동은 매도 호가가 높아 매수인들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지만 중대형 면적의 매매가 가끔 성사될 만큼 입성을 원하는 이가 꾸준한 분위기다. 학교 입학 시즌에 따른 계절적 요인과 신축아파트 선호에 따른 수요까지 몰려 흑석동 일대 아파트가격은 정부 규제 속에 당분간 상승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흑석동 외곽은 입주 10년여 된 새 아파트가 감싸고 중심부는 재개발이 추진 중”이라며 “서초구 반포와 맞붙은 강남권 입지지만 값은 상대적으로 싸 문의가 꾸준하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들뜬 분위기는 공시지가에도 나타났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6.82%며 동작구는 10.61%를 기록해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동네가 언덕이라 대체로 한강조망이 가능하고 노후주택이 많다 보니 재개발 기대감도 높다”며 “강남이나 한남동 재개발보다 시장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을지 몰라도 미래가치는 그에 못지않다”고 치켜세웠다.
흑석동 주민 C씨는 “강남도 규제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이 사실상 올스톱 된 상황이지 않냐”며 “흑석동은 사실상 강남권인 만큼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 서울 중심에서 먼 강동구가 아닌 동작구가 강남4구에 들어가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개발 분위기는?
현재 흑석동 재개발사업 중 눈에 띄는 사업 속도를 보이는 곳은 3구역이다. 흑석3구역은 노후주택을 허물고 현재 터파기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GS건설이 4월 ‘흑석3구역 자이’(가칭)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하 5층~지상 20층, 26개동 전용면적 33~99㎡, 총 1772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370가구가 일반분양될 계획이다.
흑석동 가파른 언덕 끝자락부터 이어진 곳이라 접근성이 나빠 보이지만 현지에서는 미래가치가 높다며 치켜세운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흑석3구역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초·중학교 3곳과 중앙대병원, 흑석시장, 지하철 9호선 흑석역 등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며 “여기에 대단지 브랜드아파트인 만큼 완공 시 지역 대장주인 아크로리버하임에 못지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3구역 바로 아래 위치한 흑석9구역은 재개발 암초를 만났다. 이곳은 지난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매입했다가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되판 상가주택이 위치한 곳이라 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매입한 만큼 “여기에 무슨 개발호재가 있는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입소문이 퍼지며 일대 부동산시장이 달아올랐다.
특히 흑석9구역은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3구역과 달리 대체로 평지고 9호선 흑석역도 더 가까워 3구역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조합은 이곳에 최고 25층 21개동 규모로 아파트를 지으려했지만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제안으로 3개층을 높인 28층 11개동 규모로 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조합은 시공사 교체도 염두할 만큼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9구역은 3구역보다 입지가 더 우수하고 김 전 대변인 이슈로 화제가 돼 주목도도 높았다”며 “하지만 정부 규제로 9구역뿐 아니라 흑석동 전체에 먹구름이 껴 문의는 많아도 실제 거래가 성사된 건 드물다”고 설명했다.
9구역 주민 F씨는 “동작구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돼 앞으로 흑석9구역에 가해질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원하는 분양가 책정은 사실상 힘들어진 만큼 미래가치를 논하는 것도 어불성설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