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선거를 2주 앞두고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선거정보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시민. /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오는 4월15일은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다. 코로나19가 아직 퇴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라 여러가지 걱정이 많다. 전염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만나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기회가 다른 선거 때보다 훨씬 적다. 유튜브를 비롯한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활성화됐으나 대면운동에 비해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코로나19로 다른 선거이슈가 상당히 희석됐다. 당장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다. 마스크대란은 화딱지 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이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염병 피로증후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겨울방학을 끝내고 새 학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입학식도 하지 못한 새내기들이 봄을 도둑맞았다. 경제도 엉망이다.

재난기본소득 논쟁과 코로나19 이후

일용직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최저생활유지에 고통을 겪고 있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이슈로 떠오르는 이유다. 전주시는 3월13일 재난기본소득을 52만원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4월24일까지 최근 일자리를 잃은 사람과 휴폐업 자영업자들의 신청을 받아 ‘기명식 선불카드’로 지급할 예정이다. 65세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과 학생, 전업주부 등은 제외된다. 서울시도 월소득 474만원(4인가족 기준) 미만 117만여 가구에 30~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지급대상 선별 없이 전 도민(1326만여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로 했다. 예산은 1조3642억원이다.

정치권에서는 한술 더 뜬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00조원의 예산을 마련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했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해일이 경제를 삼키기 전에 민생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방파제를 세워야 한다”는 논리다.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데 돈 주겠다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지급할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재원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만나’가 아니다. 정부에서 세금보다 더 많이 지출하면 그만큼 빚이 늘어난다. 빚은 그냥 없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벌어서 갚든지 우리 아들 딸과 손자 손녀들이 두고두고 갚아야 한다. 빚을 지려면 아들 딸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자 손녀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들이 의사 표시할 능력이 없다고 해서 그들의 권리를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은 전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서 줄 수 있다. 빚이 늘어도 달러 빚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이 패권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원화는 한국을 벗어나면 거의 화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빚이 늘어나 신인도가 떨어지면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때는 물론 다른 경제정책을 펼 때도 항상 잊어서는 안되는 기본 전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30일 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재난기본소득 지급방안을 확정했다. 전체 약 2100만 가구 중 1400만 가구에게 100만원(4인가족 기준)을 지급한다.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역시 재원조달을 감안했다.

4·15선거에서 투표해야 하는 이유

민주주의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이 주인으로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오로지 선거뿐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주인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주인의 의무를 하지 않는 직무유기다. 선거를 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 될 자격이 없다. 투표하지 않으면, 정치를 잘못한다고 불평할 자격도 상실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4~5년마다 찾아오는 선거에서 주인으로서 해야 할 의무다.

세종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2일 세종시 보람동 선관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국민 행동수칙이 담긴 투표참여 안내 홍보물 선보이고 있다. 선관위는 해당 홍보물은 각 기관, 아파트 단지 등에 전달, 부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 장수영 기자

국민은 선거로서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나 혼자 투표 안한다고 무슨 문제가 있고, 내가 투표한다고 무엇을 바꿀 수 있겠는가라고 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실제로 선거로 역사가 바뀐 사례가 수두룩하다. 1956년 3대 대통령 선거 때 이승만 후보는 504만표로 조봉암 후보(216만표)를 이겼다. 하지만 선거 기간 중에 서거한 신익희 후보가 얻은 185만표와 부정편파선거를 감안하면 사실상 패배했다. 이 때문에 1960년 3.15 부정선거를 꾀했고 그 결과 4.19 혁명으로 정권을 내놓았다.

1985년 2월12일 치러진 12대 총선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을 밀어내고 직선제개헌을 이끌어 냈다. 창당한 지 한달도 안된 신민당(신한민주당)은 67석을 얻으며 제1야당이 됐다. 84.6%라는 높은 투표율로 강력한 야당을 만들어 냄으로써 철권통치를 밀어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약하지만 함께 모여 투표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됨으로써 ‘국정농단’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쇠를 끊어낼 정도로 단단하고,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난초처럼 향기롭다”는 말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이 후보도 싫고 저 후보도 싫다. 찍어줄 후보도 없고 코로나19 감염도 무서우니 투표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나의 주인자격을 박탈한다.

어떤 후보를 찍을까

4·15총선에서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단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어떤 후보를 찍을까. ‘이것저것 보지 않고 나는 ○○당이다’ 하지 말고 후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를 고르는 게 다음으로 할 일이다.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고를까.

우선 도덕성이다. ‘먼저 사람이 돼라’는 말처럼 사람이어야 정치도 제대로 한다. 유권자들과 공감하지 못해 눈앞에 산적해 있는 문제를 해결할 생각도 하지 않고 진영논리에만 휩싸여 있는 후보는 제외한다.

둘째 능력이다. 능력은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무엇이 문제인지를 말로 설명할 정도로 정확히 알고, 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실천력을 갖춘 사람이다. 순자는 이를 명쾌하게 제시했다. “말도 잘 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나라의 보배고, 말은 잘 못해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은 나라의 그릇이고, 말을 잘 하지만 일을 잘 못 하는 사람은 나라의 쓰임이고, 말만 잘 하고 일 못하는 사람은 나라의 요물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을 보배를 공경하고, 그릇을 받아들이며 쓰임을 맡기고 요물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찍어서는 안된다.

투표해야 정치가 바뀌고 정치가 변하면 내 삶과 세상이 바뀐다. 순간의 선택이 우리의 앞날을 결정한다. 4월15일 투표장에서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 보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