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의 동결이나 인하가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결론을 내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도 문제다. 지난해 개편안을 내놨지만 노사 양측의 반발이 여전히 크고 국회 통과 또한 불투명하다. ‘머니S‘가 험로를 예고하고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 이슈를 미리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가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선 방안이 20대 국회 문턱을 못넘고 결국 자동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당초 노사는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30년 넘은 낡은 제도’라는 점을 들어 꾸준하게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진통만 거듭한 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관련 제도가 첫 도입된 1988년 당시 방안 그대로다. 고용과 경제 상황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최저임금 결정 방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산하 최임위에서 결정된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정부 선발) 등 각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수가 같아 정부가 선발한 공익위원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갖는다. 이 때문에 매번 최저임금이 정부의 입맛에 맞게 결정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2017년부터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했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도 기존 체계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노사 반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어땠나
최저임금은 1986년 관련법 제정 이후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해 왔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회의는 최저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근로자 측과 동결이나 인하를 고집하는 사용자 측이 대립하는 장이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 추천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최저임금의 향방을 결정한다.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이에 정부는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TF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결정체계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2019년 2월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노동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상황을 추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확정해 공개했다.
정부의 개편안은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이원화하는 게 골자다. 구간설정위원회는 노사정이 추천하는 총 9명의 전문가 위원으로 구성되며 연중 상시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한다. 최저임금 심의 시에는 최저임금의 심의 구간을 결정해 최저임금의 최대치와 최저치를 제안한다. 결정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각 7명씩 총 21명으로 구성되며 공익위원은 국회 4명과 정부 3명 추천으로 선정한다. 이들은 심의구간 내 최저임금안 심의·의결을 담당하며 청년·여성·비정규직근로자,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도 개선했다.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생계비 ▲소득분배율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현황 등을 추가했다. 노동생산성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을 포함하는 고용·경제 상황을 포함했고 기업의 지불능력 대신 경제상황 등을 반영했다.
당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복되던 소모적인 논쟁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최저임금 심의가 이뤄질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2년 걸린 개정안 1년 넘게 잠만 잤다
정부의 개편안에 노사 양측은 모두 반발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 제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임에도 고용이나 경제상황이 반영되면 저임금 노동자보다는 기업에 유리하거나 기업에 치우친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저임금 노동문제는 오간 데 없고 계속 싼 값에 일을 시키겠다는 사용자의 이윤보장을 위한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사용자 측도 정부의 개선안에 격한 반응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공동 입장 자료를 내고 “정부안의 최저임금 결정기준에서 기업의 지불능력이 제외하고 결정위원회 공익위원 추천 시 노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는 반드시 수정·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의 지불능력은 임금수준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다. 기업이 지불능력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면 중장기적으로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사 양측의 격렬한 반발 속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은 지난해 3월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1년 넘게 표류만 하다 발목이 잡혔다. 사실상 내년에도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논의하고 결정할 공산이 크다.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은 20대 국회의 폐막과 함께 자동폐기될 예정이다.
국회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20대 국회의 임기는 5월29일까지, 이때를 넘기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모든 법안은 자동폐기된다”며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오는 5~6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내년에도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작업은 노사 양측이 민감하게 대립하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고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