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공포로 몰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국산 진단키트의 유효성과 신뢰도를 절대 강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기존 바이러스·세균 검사 진단키트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업체들에 가로막혀 선진 시장으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창궐을 계기로 미주와 유럽으로까지 진출할 수 있는 거래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글로벌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진단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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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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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월7일 기준 약 140만명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이에 따라 각국의 진단키트 수요는 자체 생산으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반대로 상황이 심각해진 미국과 유럽, 개발도상국들의 진단키트 요청이 쇄도한 이유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에 코로나 진단키트 수출을 요청한 국가는 3월31일 기준 총 117개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로나를 포함한 전체 진단키트 수출액은 올 1월 1784만2000달러(약 218억원)에서 2월 2209만9000달러(약 270억원)로 23.9%가량 증가했다. 2월 수출량은 전년동기대비 50.7% 증가한 규모다. 3월 들어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국내 진단키트 수출 규모는 더욱 확대돼 4865만1000달러(약 694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보다 117% 급증한 수치다. 한달간 수출 규모가 지난해 연간 수출액(2억1662만8000달러)의 22.5%에 달한다.
이 같은 수출 급증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한국의 방역체계가 성공모델로 인식됐고 그 성공모델 이면엔 한국산 ‘진단키트’가 자리하고 있다고 전세계가 판단했단 분석이다.
국내 진단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 과정에 선제적인 개발에 나섰다. 지금까지 진행한 검사 수만 48만건에 달한다. 끊임없는 개발과 성공모델로 꼽히는 한국 방역시스템이 진단키트의 성능에 신뢰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국에서 코로나19 발병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점이 수출 증대에 긍정적 요소가 됐다는 의견이다.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의 하루 생산량은 14만여명 분량이다. 이 중 국내 진단 수요 1만여명을 제외하면 생산량 90% 이상의 수출이 가능하다.
국내 진단키트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늘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도 이어졌다. 씨젠, 랩지노믹스, 수젠텍, 진매트릭스 등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가총액이 2배 이상 불어났다.
씨젠의 시가총액은 지난 5일 기준 2조5001억원을 기록해 올 1월1일 대비 307% 성장했다. 같은 기간 랩지노믹스의 시가총액은 451% 뛴 266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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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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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진단키트의 수출 성공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지속가능한 기회로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종료 후 국내 업체들이 마주하게 될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의견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체외진단시장은 2018년 600억5451만달러(약 73조원). 이 중 한국이 확보한 시장 파이는 5% 남짓에 불과하다. 전체 진단시장은 글로벌기업 로슈(Roche), 지멘스(Siemens), 다나허(Danaher), 에보트(Abbott) 등 4개사가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을 피해 대부분 아시아와 중동으로 수출을 한정해 왔다. 일부 자가 측정용 기기를 제외하면 진단키트 사용자가 의사와 임상병리사로 국한돼 후발업체의 시장진입도 힘들었다. 따라서 국내 진단업체들이 앞으로 현재와 같은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매출 증가가 일회성에 그칠 수도 있다”며 “올 1~2분기는 실적 급성장이 예상되지만 코로나19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지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코로나19 진단키트가 궁극적으로 다른 진단사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진 않는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다만 “산업적 측면에서 이번 코로나19가 좋은 기회는 맞다”며 “해외에서 우리 기업을 보는 시각도 높아져 미리 협력 파트너사를 구축해 코로나19 종결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영업채널 확보와 체외진단사업 모델의 핵심인 진단장비를 공급한 것 역시 긍정적인 요인이다.
김영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슈가 일회적일 수 있으나 이번 기회를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며 “앞으로 기존 제품의 수출처를 늘릴 수 있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업들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씨젠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출고된 (씨젠의) 전용장비는 코로나19 진단시약도 검사할 수 있지만 다른 라인업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도 “해외의 좋은 거래처를 많이 확보했다”며 “앞으로 다른 진단서비스를 제공하는 잠재적 영업 채널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