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6조원, 가입자 3300만명의 유료방송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IPTV를 앞세운 통신사가 연이은 기업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왕좌를 차지하려 격돌 중이다. 통신사 간 경쟁이 과열되며 부작용도 속출한다. 한계에 다다른 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 통신사들은 가입자 유치와 이탈방지를 위한 해지방어 총력전에 나섰고 이에 소비자 차별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끝은 어디일까. ‘머니S’가 유료방송 전쟁에 대해 살펴봤다.<편집자주>

KT를 비롯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 3300만명에 연매출 6조원 규모의 유료방송시장을 둘러싼 2차 대전에 나선다. 한때 경쟁사들의 배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며 강자로 군림한 KT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몸집 불리기를 통한 거센 추격에 선두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KT를 비롯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 3300만명에 연매출 6조원 규모의 유료방송시장을 둘러싼 2차 대전에 나선다. 한때 경쟁사들의 배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며 강자로 군림한 KT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몸집 불리기를 통한 거센 추격에 선두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특히 딜라이브와 현대HCN 등이 신규 매물로 거론되면서 상황에 따라선 업계 순위가 바뀌는 지각변동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불을 당긴 곳은 KT. 지난 3월30일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HCN 매각 선언 이후 KT는 4월8일 공시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 검토’를 밝히면서 매입 행보를 공식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 31.31% ▲LG유플러스 계열(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72% ▲SK텔레콤 계열(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마무리 시) 24.03% 등이다.

매물로 거론되는 딜라이브(6.09%)와 현대HCN(4.07%)의 점유율 합계는 10.16%. 여기에 업계 내에서 잠정 매물로 인식되고 있는 CMB(4.73%)의 점유율까지 더하면 순위 변동이 가능하다.

관심은 어느 기업이 선수를 치느냐다. 당초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하고 SK텔레콤이 현대HCN을 품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3월 말 현대HCN이 공개 매물로 등장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KT, 딜라이브 인수 ‘가시밭길’

KT는 지난해 황창규 전 회장 재임시절 6000억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하는 등 공개적으로 딜라이브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딜라이브 채권단이 1조원을 요구하면서 거래가 무산됐었다. 채권단은 2008년 인수 당시 2조1254억원(인수금융 1조4000억원)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이를 헐값에 매각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그래픽=김민준 기자
하지만 딜라이브 실적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채권단이 원하는 금액을 손에 넣기는 어렵다는 게 관련업계의 진단이다. 실제 2017년 매출 5979억3201만원에 영업이익 782억9940만원이던 딜라이브 실적은 2018년 각각 5507억6405만원과 538억9666만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엔 매출이 5177억1678만원으로 줄고 영업이익도 228억88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년 새 매출은 802억1523만원, 영업이익은 554억1140만원 감소한 셈이다.

매각대금 외에도 KT의 딜라이브 인수에는 걸림돌이 많다. 딜라이브의 채권단에는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사모펀드 등 해외 사모펀드가 포함돼 협상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 KT 역시 케이뱅크 대주주 전환, 구현모 사장 취임 후 내부정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일몰됐지만 여전히 단일기업시장규제(33.33%)가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심사절차가 까다로울 수 있는 점도 문제다.

업계는 일단 KT의 딜라이브 인수전이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가격부터 차이를 보이는 데다 기업 안팎의 문제가 산적한 만큼 KT가 쉽게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딜라이브뿐 아니라 현대HCN, CMB도 매물로 등장한 만큼 KT로선 서둘 이유도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료방송시장의 재편 움직임을 감안할 때 KT가 경쟁사들의 위협적인 행보에 대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현대HCN 인수 주판알 튕기는 통신사

KT의 딜라이브 인수가 주춤한 사이 SK텔레콤과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인수를 마무리하고 최근 매물로 떠오른 현대HCN마저 손에 넣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 계열이 현대HCN을 손에 넣으면 시장점유율은 28.1%로 LG유플러스를 밀어내고 업계 2위로 뛰어오른다.

현대HCN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4.07%로 가입자는 134만5000명이다. 사업지역은 서울 서초·관악·동작구, 대구 북구, 부산 동래·연제구 등으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1만8000원 수준으로 비슷한 시장점유율의 다른 사업자들보다 높다. 현대HCN의 지난해 매출은 2928억6637만원이며 영업이익은 408억88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4%에 달한다. 딜라이브의 영업이익률이 4%, CMB의 영업이익률이 9%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알짜 매물인 셈이다.

SK텔레콤 계열이 현대HCN을 손에 넣으면 시장점유율은 28.1%로 LG유플러스를 밀어내고 업계 2위로 뛰어오른다. 사진은 서울시내 통신사 대리점을 지나는 한 시민. /사진=뉴스1
당초 업계는 현대HCN이 SK브로드밴드에 인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3월30일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 매각을 선언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KT가 무리해서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것보다 조건이 덜 까다롭고 영업이익률도 높은 현대HCN을 품어 업계 선두를 유지하려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근엔 KT가 자문사를 선임해 현대HCN의 인수 사전준비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KT가 현대HCN 인수에 나설 경우 방통위와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구분되는데 정량평가 지표로 활용되는 ‘허핀달-허쉬만지수’(HHI)가 변수다. HHI는 기업별 시장점유율을 모두 더한 후 산출된 수치를 제곱해 구한다. HHI가 1200미만인 시장은 ‘경쟁시장’으로 보며 1200이상 2500미만을 ‘다소 집중된 시장’, 2500이상을 ‘매우 집중된 시장’으로 각각 평가한다.

KT가 현대HCN을 인수할 경우 HHI는 2541.79로 ‘매우 집중된 시장’에 해당한다. 150미만이어야 하는 HHI 증가분도 271을 넘긴다. 반면 SK텔레콤 계열이 현대HCN을 인수할 경우 HHI는 2482.53으로 당국의 심사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다. HHI가 2500을 넘기더라도 인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아 사업부를 재편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1호(2020년 4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