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태권도의 본산, 국기원이 지난해 7월 이후 이사장 공석 및 국기원장 직무정지로 인한 업무 공백의 우려 속에 지난 4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에 따라 취임한 전갑길 신임 이사장(63)을 만나 앞으로 이루어 낼 개혁과 혁신에 대한 그의 솔직한 견해를 들어봤다. / 사진=김동우 기자
전 세계 약 1억7000만여명의 태권도인을 두고 있는 세계태권도의 본부이자 세계태권도연맹(WT)의 모체인 국기원(國技院)의 전갑길 신임 이사장이 국기원 조직의 대대적인 고강도 개혁 혁신을 예고했다.
국기원은 지난해 7월 이후 이사장 공석 및 국기원장 직무정지로 인한 업무 공백의 우려 속에 지난 3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에 따라 전갑길 신임 이사장(63)이 취임했다. 전 이사장을 만나 앞으로 이루어 낼 개혁과 혁신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 취임 소감을 밝혀달라.

- 그동안의 국기원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사고는 잘 아실 것이다. 그렇기에 오랜 기간 공석인 이사장 선거를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 이뤄져 무려 5차에 걸친 투표 끝에 제가 선출됐다.


이사장에 선출되어 제가 밖에서 듣던 국기원과 안에 와서 본 국기원은 많은 차이가 있음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제 나름대로는 준비와 체계를 갖추고 업무에 임할 각오를 갖추고 있지만, 어디에서부터 국기원을 개혁해야 할지 어려움과 고민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체계적인 공모를 통해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됐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여 국기원을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

◆ 고강도 개혁 혁신을 예고했다.

- 그 동안 국기원은 이사회 중심이 아닌 원장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쥐고 있는 원장에 오르기 위해 자기 사람을 이사회에 넣거나 이사회 내의 이사 과반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면 원장에 오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방식으로 원장에 올랐다. 그러다보니 내 사람끼리 모여 ‘끼리끼리 해 먹는다’라는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먼저 이사회 역할 정립에 나설 것이다. 이사회라는 것이 나라로 치면 국회와 같이 견제기능의 역활을 해야 한다. 정책 거수기 역활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사실 이사회의 권한이 큰데 그 동안 이사회가 권한 행사를 전혀 못해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진용을 갖춘 이사들은 체계적인 공모를 통해 선발했다. 무엇보다 태권도에 대한 애정이 크시고 태권도 실무를 보고 계신 전문가들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보다 다양한 계층의 이사님을 모시려 했으나 그 동안 국기원에 대한 편견과 인식으로 여의치 못했다. 향후 국기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명망이 있는 외국인 이사 및 태권도를 사랑하는 좋은 분들을 추가적으로 모실 계획이다.

이사장으로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개혁과 혁신’과 관련해서는 제가 국회의원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을 했을 때 상도 수차례 받는 등 노력해 왔었고 또 (국기원의 개혁에 대한)계획이 있다. 개혁은 속도가 중요하다는 말도 있듯이 피부를 도려내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그 동안의 제 경험을 볼 때 개혁은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나하나 진행하다 보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국기원장의 직무정지에 따른 행정 공백...하루빨리 재선거 이뤄져야

세계 태권도의 본산, 국기원이 지난해 7월 이후 이사장 공석 및 국기원장 직무정지로 인한 업무 공백의 우려 속에 지난 4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에 따라 취임한 전갑길 신임 이사장(63)을 만나 앞으로 이루어 낼 개혁과 혁신에 대한 그의 솔직한 견해를 들어봤다. 사진=김동우 기자
◆ 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건가
먼저 해야할 일은 국기원 내부, 즉 직원과 시스템을 국제수준에 맞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내부 시스템을 보니까 세계는 4차산업, 인공지능 AI시대를 맞이했음에도 국기원은 디지털에도 못 미치는 아날로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예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화상회의를 하려했으나,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이번 감염병 사태를 대비하고 또 국기원에 외국인 이사가 2분 계시는데, 이분들이 건건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니 하루빨리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에 더하여 5대륙의 대표성을 갖는 정말로 명망 있고 태권도를 사랑하는 외국인 이사를 더 뽑으려고 한다.

또 세계기구인 국기원에 대변인이 없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변인 제도를 두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전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힘을 주는 성명도 발표하고 대책 등에 대한 신속, 정확한 발표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각종 대회나 행사에 대한 홍보도 바로바로 제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국내 언론인들과의 소통 창구가 없다 보니 외부에서 물어볼 곳도 없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 외에 외부에서 ‘국기원 행정의 질과 관련해 많은 말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 동안의 잘못된 관행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금부터 내실 있는 국기원 조직을 만들고 직원들을 안정화시키는 일을 할 것이다.

더불어 직원들을 상대로 수시로 강의·교육의 자리를 마련해 직무능력의 수준을 끌어올리려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바꾸는 것은 교육밖에 없다고 본다.

◆ 전임 국기원장의 직무정지에 따른 행정 공백 문제에 대한 방안은?

- 잘 아시겠지만 원장이 직무정지 상태다. 많은 태권도인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원장 선거의 문제점을 법적으로 가서 시간을 계속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있는데, 제가 나름 알아본 바에 따르면 해결될 수 없는, 현 직무정지 상태인 원장에게 득은 없고 비난만 쏟아질 뿐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재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최근에야 임명장을 받았기에 이제부터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업무보고를 마치는 대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함은 물론, 원로 선배님들을 찾아뵙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려 한다. 무엇보다 국기원과 무도인들을 생각한다면 당사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사회도 필요한 조치에 나설 것이다.

◆ 국기원 건물 노후화로 인한 제2국기원 신설이 오래 전부터 대두됐다.

- 지난 3월말 국기 태권도 법제화가 이뤄진지 2주년을 맞이했다. 법제화를 주도한 이동섭 국회의원이 국기원의 명소화를 주장한바 있다. 사실 외국의 VIP들이 내방했을 때 찾는 곳 중의 하나가 국기원이다.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후 정도가 심하고 특별이 보여드릴 곳이 없다. 성역화 사업의 취지에 동감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나 무도인들의 소망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진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국기원(면적 2300평, 건물연면적 약 1400평) 이곳이 문화공원이고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되어 있다. 그 내용이나 진행 등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국기원 건물 노후화 제2국기원 신설... 본격적인 진행이 필요

역삼동 국기원 전경. / 사진제공=국기원
◆ 코로나19 사태로 전국 1만2천여 태권도장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 코로나19 사태로 2개월 이상 체육관이 영업을 못하다보니 재정상태가 악화되었다. 우선해야 할 것이, 코로나 여파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착한 임대인’ 캠페인과 관련, 하루빨리 임대관계를 파악해 건물주에게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하고자 한다.

또한 정부에서 마련한 영세소상공인 지원도 태권도장에 한해 국기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나서보고자 한다. 정부지원과 별도로 체육관을 대상으로 1~2000만원 정도를 최저리로 융자지원 해줄 수 있도록 금융권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기원에서는 심각 수준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런저런 가용 자원을 긁어모아 5억원 정도를 태권도장에 지원하려고도 했으나, 1만2000여 체육관에 분배하면 푼돈에 불과하고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태권도의 우수성과 효과’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광고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국민들이 이를 보고 한 명이라도 더 체육관을 향하도록(회원 유치)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2억5000만원을 들여 영상물을 제작했고 1회성이 아닌 지속적 홍보·광고에도 힘쓰려 한다.

그럴려면 국기원 재정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기준으로 국기원 총 예산은 276억원 정도 되는데, 그 중 국가 지원금이 106억원이다. 예산문제는 국내는 물론 외국의 승품단 심사비를 체계화 하면 예산 문제는 해결되고, 오히려 여유로울 것이다. 한편으로는 태권도 컨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하여 제품화 하는 것과 기부제도도 만들어 볼 계획이다.

그리고 국기원이 특수법인(2010년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으로, 얼마 안 되는 국가 지원을 받다 보니 부처의 눈치를 보게 된다. 많은 분들이 국제화에 있어서 걸림돌이 된다고도 말씀하신다. 특히 외국에 있는 지도자 분들이 국기원은 세계의 중심인데, 정부의 한 부처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국기원이 이전의 재단법인 형태로 돌아가 직접 사업도 하면서 키워가야 한다고 본다. 

"현장의 목소리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 태권도 인기를 살리고 저변확대가 필요하다. 

- 태권도 경기에서 공정한 심판을 위해 전자복이 도입되다 보니 너무 재미가 없어졌다. 이에 국기원, 태권도협회, 세계연맹이 새로운 안을 개발했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또 저의 개인적인 의견인데 품세도 재미있고 실전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품세도 마찬가지지만 유아·어린이 태권도와 성인 태권도를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태권도장은 유아·어린이가 주 고객층이고, 성인은 학교의 태권도부와 태권도학과에서 엘리트 선수 육성 외에 무도나 심신수련, 호신용으로 배우고 있다. 무엇보다 태권도가 유아·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연구·교육자료, 이에 대한 교육 및 홍보 등을 보다 체계화 하는데 힘쓰려 한다.

◆ 오랜 기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모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께 발탁되어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께서 어려움을 헤져나가시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많은 말씀 중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정신을 깊이 새기고 있다. 국기인 태권도 정신 중 고귀한 것을 공경하는 마음이 있다. 나 또한 태권도인을 사랑한다. 이제 이사장으로 국기원에 들어 왔으니 먼저 직원들을 챙기려한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국기원 본연의 일만 열심히 하면 인정받고 승진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겠다.

◆ 태권도인과 태권도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들게 전하고 싶은 말은?

- 태권도인과 태권도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새롭게 시작하는 국기원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시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엄하게 질타해 주시기 바란다.

최선을 다해서 전 세계 태권도의 본산인 국기원을 태권도인과 국민의 뜻 받들어 전 세계태권도계로부터 존경 받는 단체로 만들겠다.

국기원은 그 동안 원장과 사무총장이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지난해 국기원 개원 이래 처음으로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에 감사를 받은 바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국기원 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