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쌉니다 천리마마트’, ‘조선로코-녹두전’, ‘이태원 클라쓰’, ‘메모리스트’. 안방극장에서 만난 이 드라마들은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웹툰 지식재산권(IP) 하나만 있으면 웹소설,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입맛에 맞게 콘텐츠를 재가공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박새로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종영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원작웹툰(왼쪽)과 드라마 포스터. /사진=카카오페이지
일부 웹툰의 경우 원작 자체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근간으로 한 시즌제 드라마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빛을 보지 못했던 작품까지 역주행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에서 영상화로 재조명받은 웹툰 IP는 최근 글로벌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며 콘텐츠 비즈니스의 정점에 섰다. 한때는 ‘복불복’이라고 평가받던 웹툰은 어떻게 다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을까.

탄탄한 밸류체인

네이버웹툰과 다음웹툰·카카오페이지를 각각 운영 중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원작 발굴부터 영상화까지의 전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제작과 영상화 과정에서 부족한 기술력은 인수합병(M&A)이나 법인신설 등을 통해 채웠다. 콘텐츠 소비패턴이 OTT 기반 영상으로 옮겨감에 따라 제작 인프라가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네이버의 밸류체인은 오리지널 IP 스튜디오, 웹툰 플랫폼, 프로덕션으로 수직계열화됐다. 리코, 스튜디오JHS, 더그림엔터테인먼트, 빅픽쳐코믹스 등 IP 스튜디오의 작품을 웹툰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이 라이센싱해 TV시리즈(드라마), 영화, MD상품 등으로 구성한다.


여기에 2017년 네이버웹툰과 스노우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영상콘텐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와 네이버웹툰 자회사 스튜디오N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IP 발굴,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까지의 과정을 자회사와 파트너사를 통해 진행하는 자체 생태계다.

미국 유통사인 크런치롤이 홈페이지에 소개한 신의 탑 애니메이션. /사진=네이버웹툰
카카오 역시 밸류체인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한다. 네이버웹툰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계열사 카카오M을 통해 출연배우를 직접 캐스팅하는 권한까지 연계 범위를 넓혔다.
2018년 3월 출범한 카카오M은 연예기획사, 콘텐츠제작사, 영화사 등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고 지난해 12월에는 공연기획사인 쇼노트까지 사들여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다음웹툰컴퍼니·카카오페이지의 원천 IP를 라이센싱해 메가몬스터·크리스피스튜디오(드라마·콘텐츠), 월광·사나이픽처스(영화), 쇼노트(공연) 등 카카오M 브랜드를 통해 자체 제작한다.

매니지먼트 숲, BH엔터테인먼트, 어썸이엔티, 이앤티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킹콩 바이 스타쉽 등 카카오M 산하의 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진을 확보해 독보적인 경쟁력까지 갖췄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이 넷플릭스가 IP 계약을 통해 오리지널시리즈로 영상화 하는 웹툰이 늘고 있다”며 “국내 제작 인프라가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글로벌시장 진출 기회도 넓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플랫폼 발전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K-웹툰은 ‘신의탑’이다. 국내에서만 45억뷰의 조회수를 기록한 신의탑은 지난 1일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에서 TV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시장은 전통적으로 코믹스 중심의 만화산업이 뿌리내린 곳이다. 일본 만화시장과 달리 ‘히어로’(영웅) 중심 서사를 기반으로 월트디즈니컴퍼니와 타임 워너가 각각 소유한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가 양강 구도를 유지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코믹스를 기반으로 제작한 히어로물이 강세를 보이며 틈새시장 공략에 한계점이 분명한 지역으로 인식됐다.

네이버웹툰의 신의탑은 K-애니메이션의 불모지인 미국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신의탑은 미국에서 첫 전파를 탄 후 현지 최대 커뮤니티사이트 레딧에서 제공하는 주간 인기 애니메이션 랭킹차트 1위를 차지했다. 영문명 ‘Tower of God’이 일본 애니메이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시즌4’를 꺾고 주간 랭킹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1일(현지 시간) 신의 탑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에피소드가 끝날 때 이 이야기가 어떻게 주간 500만명의 독자들을 사로잡았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호평했다.

카카오가 일본법인 카카오재팬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 현지 만화플랫폼 픽코마는 출시 4주년을 맞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4분기 첫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는 한편 3년 연속 거래액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픽코마 분기별 거래금액. /사진=카카오재팬, 편집=머니S
2016년 4월 론칭한 픽코마는 2017년 연간 거래액이 14배로 늘어났고 2018년 156%에 이어 지난해 130% 증가하는 등 매년 2배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매출 성장과 마케팅 효율화에 힘입어 출시 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카카오재팬은 픽코마 성장을 이끈 배경으로 한국형 비즈니스 기반의 웹툰을 꼽았다. 일본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스낵컬처 콘텐츠를 소비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만화를 보지 않던 이용자까지 픽코마로 웹툰을 접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픽코마의 모바일 앱은 통합 2000만 다운로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4월3일 기준 픽코마 서비스 작품 중 1.3%에 불과한 277개 웹툰 거래액만 3196만엔(약 3억6000만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바 있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픽코마는 기다리면 무료 같은 한국 콘텐츠 비즈니스를 거대한 만화시장을 가진 일본에 접목해 업계 성장을 이끌었다”며 “최근 카카오페이지와 다음 웹툰을 통해 검증된 K-웹툰이 픽코마를 통해 일본 현지 작품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