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코로나19 위기극복 노사정 합의안'은 최종 부결됐다. 투표 결과를 확인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20.7.23/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3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까지 진행된 제71차 임시 대의원대회 표결 결과는 찬성 499표(38.27%) 대 반대 805표(61.73%), 무효 7표로 집계됐다.

민주노총 대의원 전체의 약 60%가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면서 합의안 승인 안건은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이로써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나온 '완전한 사회적 합의'가 민주노총 막판 내분으로 끝내 무산됐다.

앞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의원 표결 결과에 따라 노사정 합의안이 추인되지 못할 경우 사퇴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과 함께 합의안 추인을 추진했던 집행부 역시 동반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표결로 인해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노사정 대화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앞으로 국난 극복을 위한 사회적 논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이 1998~1999년 정리해고제 도입 합의에 따른 '노사정 대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은 '장외투쟁' 기조에 고착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 회의장에서 노사정 합의에 항의하고 있다. 2020.7.2/뉴스1

이번 임시 대의원대회는 김 위원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대회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 포인트' 노사정 대화를 처음으로 제안한 당사자다.
당시만 해도 양대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22년 만의 '완전체' 노사정 대화라는 점에서 이목을 모았으나, 정작 대화를 처음 제의한 민주노총이 막판에 합의안을 추인하지 못하는 '자가당착' 사태가 펼쳐졌다.

노사정 대표자 회의는 한 달 반 동안의 논의를 거쳐 고용유지와 기업살리기, 사회안전망 확대 등을 규정한 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런데 지난 1일 협약식에 김 위원장이 내부 반대에 가로막혀 사실상 건물에 감금당하며 불참하게 됐다.

이에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성심껏 지원해 온 정세균 국무총리실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협약식이 못 열린 것"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으나, 이번 대의원 표결로 인해 합의문은 모든 참여 주체의 동의를 얻지 못한 '유명무실'이 돼 버렸다.

합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김명환 위원장은 이번 합의안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에서 "이번 사회적 대화 최종안은 의미가 있다. 물론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처음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취지에 맞게 주요한 내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계를 비롯한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합의문이 노동계 요구를 많은 부분 수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예를 들어 경영계가 '고용유지를 원한다면 임금인상은 양보하라'는 임금양보론을 주장했으나, 이는 명문화되지 못했다. 반대로 노동계가 요구한 상병수당 도입, 재난기간 비정규직 취약 노동자 보호,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은 합의문에 명시됐다.

한국노총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사정 대화의 중심에 서려는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노총은 김 위원장의 불참으로 합의 자체가 무산된 것이라며 이를 전적으로 민주노총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번 투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고려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재적 대의원은 1479명, 투표자 수는 1311명이다. 투표율 88.64%로 의결 요건은 충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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