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구교운 기자,김진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1%)까지 거론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자체를 문제 삼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원자력발전소 월성1호기 감사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까지 논란이 번지는 모양새지만, 청와대는 "감사원 직무에 관해선 독립된 지위를 가진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질의하며 "제보에 따르면 감사원장이 직권심리에서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합의를 얻었다고 할수 있느냐,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 등 국정과제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월성1호기를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수원 사장이 할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이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채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부적정했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맞추기'식 감사를 했다는 주장이다.
송 의원 주장은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아 당시에 주목받지 못했으나, 한겨레신문은 이날 감사원 직권심리에 참석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터뷰를 통해 최 원장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감사원장의 이런 발언에 귀를 의심했을 정도로 경악했고, 직권심리에 참석했던 공무원들도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적 언사'라는 시각을 보였다"고 했다. 전직 장관까지 최재형 감사원장의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감사원 관계자는 "아직 감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확인은 어렵다"면서도 "보도된 내용은 전체적인 맥락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월성1호기 감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10월 시작한 감사가 법정기한 (지난 2월)을 넘기면서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9일과 10일, 13일 세 차례에 걸쳐 감사위원회에서 월성 원전 감사보고서를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 원장은 그 직후 휴가를 사용했고, 돌아온 뒤 담당 부서 국장을 교체하고 재조사를 지시했다.
이를 두고 '감사원장이 탈원전 정책을 펴는 정부의 눈치를 보는 직원들에게 엄중히 경고했다', '감사원장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부당했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무리한 조사를 종용한다'는 엇갈린 보도가 잇따랐다.
최 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추가적인 조사 없이 최종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무처에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외압에 의해 또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감사결과의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감사 결과 발표가 계속 미뤄지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조차도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감사원 감사에 대해 "경제성만을 근거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결정의 타당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안정성, 환경성,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당시 정책을 추진한 담당자들이 현재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돼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최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감사원의 내부 통제 여부'와 관련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사무처의 감사는 감사원장에게 지휘감독권이 있어 지휘감독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감사사항을 결정하고 실제 감사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감사원 내부에 정해진 규칙과 여러가지 규정에 의해서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감사원장은 또 "감사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해선 감사원장도 사실 (감사)위원 중 한명에 불과하다"며 "물론 의장으로서 절차의 진행을 하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의결과정에 있어선 충분한 토론을 통하고, 감사위원들의 의견들을 적절히 반영해 감사원의 최종의견을 의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성1호기 감사가 지연되면서 감사원의 중립성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드릴 수 있는 답은 명확하고 간단하다"며 "감사원법 제2조1항에 감사원 직무에 관해선 독립된 지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가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 등이 아닌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관련 논란이 최재형 감사원장 등과 관련한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만큼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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