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가택을 수색하면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았다는 임의성 입증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영장 없이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가택 등을 수색하는 경우 임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사건을 경찰 내부에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진정인 A씨는 거주 중인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택배 분실 사건을 조사하러 온 지구대 경찰이 영장 없이 자신의 집을 수색하면서 수색 목적을 설명하지 않았고, 집 내부의 사진을 찍어가면서 동의를 구하지 않아 주거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피진정인 경찰관 B씨와 C씨는 해당 오피스텔에서 두 차례에 걸쳐 청소기와 냄비가 든 택배상자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서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를 확보한 경찰은 A씨가 절도 현장 근처에서 상자를 옮기는 장면을 확인했다.
A씨의 집을 찾은 경찰은 빈 택배상자와 A씨가 아버지가 사다준 것이라 주장한 뜯지 않은 냄비 4개를 발견했다. 신고자가 도난당한 냄비와 청소기는 찾을 수 없었다. 이에 경찰은 냄비 사진만 촬영해갔다.
B씨와 C씨는 "수사상 필요해 A씨의 동의 하에 집을 수색하고 사진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수색과 사진촬영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조사결과, 경찰들이 A씨의 동의를 받아 집을 수색했다고 입증할 만한 자료와 정황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수색 이후 써야 했을 수색조서나 증명서 역시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우월적 지위에 의한 강압적인 수사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사건처럼 임의성 여부를 다투는 경우에 있어 입증책임은 수사기관에 있다"며 "수색의 임의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절차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찰관들은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과 주거의 자유 및 평온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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