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엔 수요자를 우롱하는 ‘미끼매물’이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직방이나 다방 등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의 등장으로 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수고가 예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오히려 헛걸음은 더 늘었다. 최종 선택을 위해 해당 공인중개업소를 방문하면 “방금 나갔다”는 답변을 듣는 경우가 많아서다. 시세보다 싼값에 수요자를 유혹한 뒤 막상 매물 확인을 요청하면 “더 좋은 집이 있다”며 본색을 드러내는 일부 공인중개업소의 행태에 주택시장이 얼룩지고 있다.
계속된 헛걸음에 울화통… “방금 나갔어요”
#1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A씨(46·남)는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직방으로 집을 알아보다 마음에 드는 매물을 발견해 불과 1시간 전에 통화까지 하고 방문했지만 공인중개사가 “그새 나갔다”는 말을 해서다. A씨는 “어떻게 집이 1시간 만에 바로 나가나”고 따져 묻자 “마음에 들면 그럴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고 황당해 했다. 공인중개사가 다른 집을 보여주겠다고 하자 A씨는 “결국 그 집 팔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오게 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주부 B씨(43·여)는 2년 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자녀의 교육 때문에 강남권으로 이사 갈 계획을 세웠다. 네이버를 통해 아파트 매물을 검색하던 중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 해당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와 통화하며 정보를 얻었다. 금액이 다소 부담됐지만 집이 마음에 들어 무리를 해서라도 이사할 마음을 먹고 집을 보기 위해 해당 공인중개업소로 이동했다. 하지만 막상 공인중개업소를 방문하자 말문이 막혔다. 공인중개사가 “다른 매물과 착각했다”고 말해서다. B씨는 허탈했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공인중개사가 소개한 다른 매물도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미끼매물 ‘클린존’이 없다
주택시장에서 ‘미끼매물’이 판치고 있다. 일선 공인중개사가 ‘미끼매물’을 조장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헛걸음은 기본이고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로 비싼 매물을 보여주며 “이게 더 낫다”며 꼬드기기까지 한다.
전화로는 자세한 정보도 안준다. 그저 “이만한 매물 없어요”라고 유혹한다. 이후 직접 매물을 보러 가면 대체로 “방금 나갔다”거나 직접 가서 보더라도 층수나 방향이 터무니없는 매물인 경우가 많다. 해당 아파트 호수가 안 써진 경우도 많아 ‘진짜 맞는 매물인가’라는 의구심만 들게 한다.
매물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일단 발걸음을 옮기도록 한 뒤에 화려한 언변으로 판세를 뒤집으려는 의도라고 수요자들은 지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거래가 줄면서 3월 8506건이던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4월 6149건 ▲5월 6421건으로에 감소했으나 주택시장이 과열된 6월엔 1만2725건으로 급증했다. 미끼매물 신고 건 중 55%에 달하는 1만3833건은 중개업소가 자율적으로 매물을 노출 종료 처리했다. 이 가운데 1144건은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의 유선검증에서 미끼매물로 확인됐으며 105건은 현장검증을 통해 미끼매물로 파악됐다.
시·군·구별 미끼매물 건수는 ▲경기 용인시 1672건 ▲서울 강남구 1211건 ▲경기 고양시 1128건 ▲경기 성남시 1097건 ▲서울 송파구 802건 ▲서울 강서구 789건 ▲서울 서초구 677건 ▲경기 남양주시 650건 ▲서울 서대문구 631건 ▲서울 강동구 611건 등의 순이다. 미끼매물 신고 사유를 유형별로 보면 ▲거래완료 1만968건 ▲허위가격 8453건 ▲기타 사유 5684건 등으로 나타났다.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 관계자는 “현재 민간 사업자가 소비자의 편리함과 시장 투명성을 위해 비용을 투입하고 자정 노력을 하는 만큼 정부도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