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택배 노동자가 "저 너무 힘들어요"라는 문자를 보내고 나흘 뒤 돌연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에만 12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1인당 400건에 육박하는 택배 물량 등 업무 환경이 택배 노동자를 사지로 몬다는 성토가 과거부터 이어졌지만 개선은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택배 노동자를 보호하려면 노동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별도의 규정이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20일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소속 김모씨(36)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가 연락도 없이 출근하지 않자 동료가 자택으로 찾아가 김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인은 과로사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히는 허혈성 심장질환이었다.
김씨는 지난 8일 오전 4시30분쯤 직장 동료에게 추가 물량을 받지 않으면 안 되겠냐고 물으며 "(새벽) 5시에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 자고 나와서 물건정리 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CJ대한통운 소속 김원종씨(48)가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업무를 하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고(故) 김원종씨의 부친 김모씨(80)는 CJ대한통운 규탄 집회에 참석해 "아들이 식사도 하지 못하고 하루 14시간씩 뛰어다니며 일을 했다"며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매일 오전 6시30분 출근, 오후 9~10시 퇴근하며 하루 평균 택배 물량 약 400건을 배송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도 지난 12일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야간 분류 노동과 택배 포장 지원 업무를 해온 장모씨(27)도 자기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택배 노동자가 지나치게 긴 시간 동안 업무를 본다는 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책위는 지난달 10일에도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택배 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기 때문에 과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인 택배노동자 821명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 52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고용노동부는 전날(19일) 뒤늦게 긴급점검에 나서 택배 노동자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겠다지만 또다시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열린 '고용노동 위기대응 TF(태스크포스)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우선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의 주요 서브(Sub)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이번 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과로 등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긴급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긴급점검을 통해 택배 회사와 대리점이 택배 노동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법률에 따라 이행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사항을 확인하면 의법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에도 이 장관은 택배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겠다며 주요 택배사 대표들과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문에는 Δ8월14일 '택배 쉬는 날' 정례화 Δ심야배송 시 적정 휴식시간 보장 노력 Δ택배노동자 질병·경조사 시 쉴 권리 지원 Δ택배노동자 건강 보호 및 작업환경 개선 노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공동 선언문이 추상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과로로 숨을 거두는 택배 노동자들이 또 나온 것.
전문가들은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며 특수 고용 노동자인 이들에게 적용 가능한 노동 시간 제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택배 업체들은 서로 경쟁이 심하니까 노동자들이 늦게까지 일하도록 하고 노동자들은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특수 고용 노동자 신분이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않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며 "택배 같은 위험 업종에 대해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근로 시간 제한 규정이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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