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 채용이 열리지 않아 승무원 준비생들은 갈 길을 잃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승무원만 바라보고 살았어요. 코로나 터지고 1년 안에는 공채(공고가) 뜰 거라고 했는데 이젠 2~3년 후에나 열린다네요. 앞이 깜깜합니다." (승무원 준비생 커뮤니티 ‘전현차’ 게시글)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은 크게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과 “끝까지 버티면 내 자리 하나쯤은 있겠지”라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이 감정도 ‘채용 자리’가 없으면 사치다.

항공 승무원을 꿈꾸는 준비생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돌연 나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비행기를 날지 못하게 해서다. 취업 준비를 시작해도 될지, 출발부터가 고민이다. 현직 승무원들의 휴직마저 길어지면서 승무원준비생(승준생)들은 갈 길을 잃었다.


1만여 승준생… 올해 합격자는 75명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4월부터 직원 순환휴직을 시행한 대한항공은 휴직 기한을 지난달 15일에서 오는 12월로 미뤘다. 무급휴직과 유급휴직을 병행하는 아시아나항공의 휴직자는 현재 전체 직원의 70%에 달한다. 그마저도 정부의 유급휴직 지원금 지급 기한인 240일이 완료되는 이달 초부터는 대다수 직원이 무급휴직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이후 항공사 신입사원 채용 소식이 뚝 끊겼다. 올해 마지막 승무원 채용은 신생 저비용항공사 에어프레미아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3월 150명 규모의 객실 승무원을 모집했지만 신입 승무원 모집 규모는 절반인 75명이었다.

승준생들의 수는 1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전국 대학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항공서비스’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학과는 전국 대학 2·3·4년제를 통틀어 총 71개다. 지난해 입학정원은 1300명대였다. 승무원 입시 전문가들은 해당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해외 대학교 출신 등 국내에서 승무원을 준비하는 준비생이 약 1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준비생 대비 올해 합격자의 비중은 0.75%에 불과하다. 꿈이라며 붙잡고 있기에는 가혹한 수치다.

무급휴직과 유급휴직을 병행하는 아시아나항공의 휴직자는 현재 전체 직원의 70%에 달한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준비생들 ‘방황’… 플랜B vs 버티기

승준생 커뮤니티사이트 ‘전현차’에는 막막한 미래를 호소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한 준비생(2c****)은 “자기소개서를 낸 7곳에서 모두 떨어졌다”며 “코로나 때문에 승무원 채용이 언제 뜰지 모른다는데 그때까지 버티자니 맞는 결정인가 싶다”고 토로했다.
“23세 대학생인데 플랜B를 준비해야 할까요? 취업문이 안 열려 아르바이트와 스펙 쌓기만 계속하고 있네요.”(hm****)

“공채 공고가 언제 뜰지 모르니 주변에서 준비만 하지 말고 다른 직장을 구하라고 조언하네요. 그런데 승무원 말고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dl****)

“24세이고 4년제 대학 졸업했어요. 내년이면 25세인데 일을 안 하니 불안해요.”(fl****)

이 가운데 눈에 띈 것은 승무원을 준비하다가 올해 비서직으로 전환해 취업했다는 A씨(27)의 글이었다. 머니S와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그는 비서행정학과를 졸업해 비서 일을 했지만 지난해 5월 승무원의 꿈을 안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며 말문을 열었다. 열심히 승무원이 될 준비를 하던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승무원 공채가 사라지자 비서직으로 재취업했다. 

A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당장 채용 공고가 뜨지 않아도 다른 일을 하며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다시 채용이 있기까지 최소 3~4년이 걸릴 텐데 그 시간 동안 온전히 승무원의 꿈을 간직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희망을 붙잡고 3~4년을 버티기에는 경력, 경제적 문제, 나이 등 현실적인 문제가 즐비했다는 것. 

항공과 입시를 준비하는 승준생들은 승무원 학원을 다니며 모의 면접 등을 준비한다. /사진=김신혜 기자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얼어붙은 분위기로 인해 승준생들이 줄어들 것을 염려했다. 그는 “지원자들이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해 항공 채용시장을 떠나면 3~4년 뒤 항공업계가 회복되더라도 지원할 사람이 없어진다”며 “인력 양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항공학과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B씨(18)도 “버틸 것”이라며 “여행 수요가 다시 많아지면 현재 다른 직종으로 방향을 틀거나 퇴사한 승무원의 빈 자리를 누군가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시생으로서의 대안을 제시하며 “빨리 취업하기 위해 2년제 대학을 선호했던 입시생들에게 4년제 대학을 고려할 시간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여행 대신 국내 호텔에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승준생들은 서비스 직종으로 호텔리어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직 승무원들은 승준생들이 항공서비스 관련 학과가 아닌 다른 전공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전현차'에 글을 올린 한 현직 승무원(to****)은 “요즘 항공사는 항공과 출신만 선호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같이 비행하는 팀에 간호 전공자가 있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며 “모국어 이외의 언어를 못하는 승객이 있으면 해당 언어가 가능한 전공자가 한 팀일 때 일의 부담이 적어진다”고 조언했다.

'전현차'에서 언급된 대안은 비서직과 호텔리어를 포함해 리셉션 업무, 간호사, 필라테스 강사, 헬스 트레이너, 외국어 강사 등으로 다양했다.

항공과, 승무원만 준비?… 바리스타 등 기회 주어져

용인송담대학교 항공서비스과는 지난 6월 항공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며 채용 암흑기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용인송담대학교 항공서비스과

항공사 공개 채용에 합격해도 항공업계 관행상 최대 2년까지 비정규직 기간을 거쳐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입사한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 인턴의 경우 이달 예정된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들은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용인송담대학교 항공서비스과에 재학 중인 신소연씨(23)는 “학교 측에서 승무원이 아니더라도 호텔이나 비서직 등으로 취업할 기회를 준다”며 칵테일 제조 실습과 바리스타 교육 등의 수업도 진행된다고 밝혔다.

신씨는 “코로나19로 현재 채용하는 곳이 없더라도 앞으로 대면 수업이 가능해지고 항공 실습 기회 역시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승무원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오래 꿈꾸던 일을 시작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기는 싫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