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SK텔레콤이 T맵을 분사해 우버와 함께 호출택시 합작사를 만든다고 선언하면서다. 앞서 가맹택시 사업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카카오모빌리티에 도전장을 내민 것. 쏘카 자회사 브이씨앤씨(VCNC)도 가맹택시 서비스 ‘타다 라이트’로 돌아오면서 그야말로 모빌리티 시장 내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T맵-우버, 호출택시 합작사 추진… 후발주자 전망은?
SK텔레콤은 10월15일 이사회를 열고 T맵 플랫폼·T맵 택시 사업 등을 추진해온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해 ‘T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분할은 오는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2월29일 이뤄질 예정이다.
주목된 건 T맵과 글로벌 승차공유업체 ‘우버’의 협력이다. 양사는 국내에서 호출택시 합작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택시 호출사업에서 카카오에 밀린 T맵은 우버의 차량 호출 노하우 등을 전수받아 대항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선 택시 호출사업에서 T맵의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미 여러 가맹택시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3월 이미 가맹택시 사업인 ‘카카오T 블루’를 출시해 택시회사를 인수해가며 전국에 가맹택시를 1만대까지 늘렸다. 특히 카카오T 블루는 일정 거리 안에서는 택시가 자동배차 돼 ‘단거리 승차거부’가 불가한 서비스로 많은 고객층을 확보했다. 그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택시 호출시장에서 80%를 웃도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 택시 호출사업 점유율 90%… T맵의 경쟁력은?
실제 택시업계 종사자들 역시 카카오T를 통한 호출건수가 압도적이라고 말한다. 한 택시업계 종사자는 “하루 종일 택시를 끌고 다녀도 T맵택시와 ‘마카롱택시’의 호출건수는 1~5건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카카오T를 통한 호출이다”라며 “90% 가까이 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점유율을 뒤집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기존 T맵 택시의 호출시장 점유율은 5~10% 정도다. 내년 상반기 선보일 예정인 우버와의 택시 호출사업도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태. T맵 관계자는 “우버와의 합작 서비스가 기존 T맵 택시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말하기 이르다. 아직 구체화 된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버 관계자 역시 “‘사업을 할 것이다’라는 발표만 했을 뿐이다. 지금 상황에서 무언가를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T맵 택시-우버 협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을 갖춘 T맵 택시와 서비스 노하우를 가진 우버의 만남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절대적으로 우위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008년 출범한 우버는 서비스해 온 지 10년이다. 이런 노하우와 시장 점유율 70%인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보유한 T맵의 협력은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왜 승부수 던졌나… 모빌리티 시장 ‘노다지’
그렇다면 왜 SK텔레콤은 T맵을 분사하는 승부수를 띄었을까. 택시 호출사업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도 아직까진 모빌리티 시장 자체가 이른바 ‘노다지’기 때문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 시장은 이젠 단순히 현재의 이동수단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동수단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 뛰어든 기존 플레이어와 성장동력을 가진 신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도 “모빌리티 자체가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 보니까 다들 뛰어들려고 하는 것 같다. 예컨대 제조사인 현대차도 모빌리티 서비스를 계속 시도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시장은 플라잉카·자율주행 등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글로벌 최고 기업인 우버와 함께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양한 역량을 가진 기업과 초협력을 통해 교통 난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차)로 서울-경기권 30분 내 이동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금수혈 ‘비상’… “캐시카우 확보한다”
모빌리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각 회사는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섰다. 최근 T맵은 우버로부터 1700억원을, 쏘카는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PE)와 송현인베스트먼트로부터 각각 500억과 100억씩 총 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민은행이 주도한 특수목적법인(SPC) ‘라이언모빌리티제일차유한회사’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T맵이 우버와의 택시 호출사업 추진에 나선 것도 신사업 확장을 위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 개척을 위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T맵은 모빌리티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T맵은 ▲렌터카 ▲차량공유 ▲택시 ▲단거리 이동수단(전동 킥보드·자전거 등) ▲대리운전 ▲주차 등을 모두 묶은 ‘올인원 MaaS’ 서비스를 구독형 모델로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와 같이 일정한 월 구독료를 내면 플랫폼 내 다양한 이동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몸집 키우기에 나선 건 SK텔레콤뿐이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렌터카 중개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회사와의 파트너십 추진에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제휴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있고 아직 어떤 업체와 어떤 형태로 사업 전개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B2B 기업 렌터카 서비스에 대한 요청이 많아 사업 기회를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타다와 T맵은 최근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2016년 이미 대리운전 사업을 시작했다. 대리운전 사업은 가맹택시와 함께 주 수입원이 됐다. 모빌리티 업계들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가운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누가 선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