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투자원금 회수를 호소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바이오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코스닥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특례 상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례 상장은 재무 상태가 기존 상장 요건에 못 미쳐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코스닥 상장을 허용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 문턱을 넘은 바이오기업이 애초 기대와 달리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하자 일각에선 거품론을 제기한다. 바이오기업 일부가 유상증자를 남발해 주식 가치가 희석되고 있어서다.
올 하반기에 ▲고바이오랩 ▲엔젠바이오 등 바이오기업이 연이어 특례 상장 제도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최근 공모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우호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치료제 개발이 필수적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헬스케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일까. 올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거나 준비 중인 바이오업체도 11월3일 기준 97곳이나 된다. 2019년(60곳)보다 약 61.7% 늘어난 셈이다.

제약·바이오기업 특성상 신약개발까지 시간과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특례 상장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신약개발에는 ▲후보물질 탐색 ▲전임상시험(동물실험) ▲임상시험(인체 대상 실험)을 거쳐 판매허가를 신청하기까지 약 15년이 소요된다. 성공확률은 약 5000~1만분의1 수준. 투자비용은 약물과 적응증(약물의 치료효과가 기대되는 질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6억달러(2조9505억원)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반·특례상장 기준./사진=금융감독원

“투자 손실금, 유증으로 매꾸나” 비난 거세

바이오기업 대부분이 당장 이익을 낼 수 없어 금융당국은 특례 상장이라는 혜택을 줬다. 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R&D)외에 다른 곳에 투자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늘었다. 금융상품 종류·명칭·손익이 공시사항이 아니어서 투자자는 회사의 현 상황에 대해 알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를 개발 중인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다. 헬릭스미스는 국내 1호 기술특례 상장 기업으로 2016년(1392억원)과 2019년(1496억원)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2643억원을 사모펀드 고위험자산에 투자해 일부 손실을 냈다. 헬릭스미스는 다음 달에 기존 두 번의 유상증자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2861억원)로 세번째 유상증자에 나선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2019년 앞으로 2년 동안 유상증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뒤집은 데다 세번째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10곳이 넘는 바이오기업이 사기의혹이 불거진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300억원,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100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한 금융상품 투명하게 공개해야”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 문턱을 비교적 쉽게 넘은 바이오기업을 둘러싸고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낮아진 문턱을 이용해 상장과 유상증자로 모은 자본금을 경영진이 엉뚱한 데 쓰면 K-바이오의 신뢰도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바이오업계 분위기도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올 하반기 상장을 앞둔 퀀타매트릭스와 클리노믹스 등 바이오기업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며 희망공모가와 공모 규모를 낮췄다. 

바이오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안전장치가 추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별다른 수입원이 없어 상장과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확보한 바이오기업이 금융상품에 투자하게 될 경우 상품 종류·명칭·수익률을 공시해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은 타 기업과 달리 투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여유자금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기업 내 투자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례 상장 바이오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혜택을 받고 시장에 진입한 만큼 강력한 법적 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대부분이 해외에서 진행되는 데다 공시와 재무제표를 봐도 업계 종사자조차 기업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며 “바이오산업 특성상 정보 비대칭이 심하므로 미공개 정보 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행위 등 불공정 거래나 사기성 경영활동엔 징벌적 조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