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포탈사이트 댓글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53)에게 극적 반전은 없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댓글조작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김 지사는 2심에서 새로운 증거들을 제출하며 1심 유죄를 놓고 적극 다퉜지만 결과적으로 새로운 증거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김 지사의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 참관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밝히면서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공모관계도 인정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댓글조작 인정"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 김민기 하태한)는 6일 김 지사에게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산채에서 이뤄진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를 본 것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판단,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심은 유죄의 핵심적 근거로 1심과 마찬가지로 Δ네이버 로그기록 Δ온라인 정보보고 Δ드루킹 일당의 증언의 신빙성을 들었다.
◇"통상적 개발방식과 달라…시연 위한 것"
2심 재판부는 네이버 로그기록을 토대로 '킹크랩' 개발자 '둘리' 우모씨의 개발 과정을 자세히 언급했다. 재판부는 "1개 아이디로 6개 동작을 완벽히 구현한 후 2개 아이디, 3개 아이디 순서로 넣고 결국 200개 아이디를 넣는 모습이 통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우씨는 10월30일 1개 아이디로 완벽하게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 아니라 3개 아이디를 갖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재판부는 더 합리적인 개발 방법으로 보이는 통상적 개발방식을 택하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런 통상적이지 않은 개발방식을 택한 것은 시연을 위한 것이었다는 우씨 진술에 모순점을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2019년 11월9일 댓글조작 작업이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23초 정도 활동을 멈쳤다가 이후 모바일과 휴대폰 로그기록이 종료가 된 점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 23초의 시간이 김 지사와 김씨가 킹크랩 시연회와 브리핑이 끝날 무렵 우씨를 불러 우씨가 휴대폰을 들고 나오는 시간이라고 봤다.
◇김경수 발목 또 잡은 '온라인 정보보고'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김씨가 김 지사에 1년여간 주기적으로 전달했다는 '온라인 정보보고'가 김 지사의 발목을 잡았다.
2심은 김씨가 작성한 온라인 정보보고 50개 중 47개는 확실히 김 지사에게 전달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중 2016년 12월28일과 2017년 3월14일, 두 차례 온라인 정보보고에 '킹크랩'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12월28일 온라인 정보보고에는 '킹크랩 완성도는 98%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리하자면 김 지사는 김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온라인 정보보고 및 기사목록을 전송받으면서 김씨가 즉시 댓글작업을 해주리라는 걸 알면서 기사와 URL을 전송했다"고 판단했다.
또 'KingCrab'<극비>'라고 적혀있는 '201611 온라인 정보보고' 문서는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한 2016년 11월9일 출력됐고 이 자료로 김 지사를 상대로 브리핑이 진행된 것이 여러 객관적 자료를 통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일당, 서로 입 맞췄다" 주장했지만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이 서로 자신의 책임을 덜기 위해 김 지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입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1, 2심 재판부는 이들의 허위진술이 일부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 등 진술 중 김 지사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등 허위라고 의심할 만한 진술이 보이기는 하나, 그런 사정만으로 객관적 사정에 부합하는 진술들까지 신빙성이 없다고 배척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김씨 등이 김 지사의 2016년 11월9일 산채 방문 당시 상황과 관련해 서로 입을 맞추고 허위진술한 사실은 분명이 있다"면서도 "수감 중 자기 기억을 증명할 객관적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본 나머지 때로는 거짓·과장진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저 이를 탓해 진술 전체를 없는 것으로 돌리는 건 실체·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재판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 증거들을 토대로 김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 브리핑과 시연회를 했다는 김씨와 우씨의 일관된 진술을 믿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경수, 닭갈빗집 사장 증언·'더미데이터' 새 증거 냈지만…
김 지사 측은 2심 재판에서, 특히 재판부 구성원이 바뀌기 전에 재판부가 "김 지사가 시연회를 참석했다"고 잠정결론을 내린 이후에 새로운 증거들을 속속 제출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결론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지난 6월에는 닭갈빗집 사장의 증언이 새롭게 나왔다. 닭갈빗집 사장 홍모씨는 증인으로 나와 김씨 일당이 닭갈비 15인분을 포장해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영수증에 적혀있는 '25번'이 포장주문을 받기 위한 가상의 테이블이라 김씨 일당이 포장을 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는 김 지사가 오후 7시께 산채를 방문해 1시간 가량 경공모 회원들과 산채에서 식사를 하고 8시부터 9시까지 함께 '경공모 브리핑'을 듣고 드루킹과 간단하게 대화를 한 뒤 회원들과 인사를 하고 밤 9시14분께 산채를 떠나 시연회를 볼 수 없었다는 김 지사 측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반면 김씨 일당은 김 지사가 오후 6시50분에 산채에 도착해 식사를 하지 않고 1시간 동안 경공모 브리핑을 들은 뒤 밤 8시7분부터 8시23분까지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 이유를 말하면서 홍씨 주장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또 김 지사 측이 지난 7월 김 지사의 무죄를 입증할 자료라고 주장하며 제출한 '킹크랩'의 또다른 개발자 '트렐로' 강모씨의 노트북에 담겨있는 '더미데이터' 파일도 재판부가 선고 때 언급은 했지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김 지사 측은 강씨 노트북에 담긴 '더미데이터'에 따르면 이미 이들이 10월30일에 아이디 3개를 개발에 이용하기로 예정했기 때문에, 김 지사의 산채 방문이 결정된 11월4일 이후에 3개 아이디로 테스트를 했더라도 이를 김 지사의 시연회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했었다.
재판부가 이날 김 지사 측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250여쪽이나 되는 판결문에는 김 지사 측 주장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들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문의 쪽수는 162페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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