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의 무역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김영찬 기자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이하 바이든)가 당선되면서 달라질 미국의 무역·통상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무역·통상정책에 맞춰 전략을 다시 구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선 미중관계가 최대 관심사다. 자칫 한국은 양국 사이에 선택의 기로에 놓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미국의 대북, 대일 정책도 한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바이든, 대중 강경 기조 유지할 것”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과 전문가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자유무역주의적 통상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체계를 추진하는 한편 대중 강경 기조는 유지하거나 강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유세 당시 다자주의 무역체제 부활을 위해 동맹국과 연대 강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계속 강조해 온 바이든은 후보 시절 정책을 고수할 전망이다.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교역국을 상대로 시행한 무분별한 수입규제 및 관세부과 조치로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음을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탈퇴했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재가입 여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다만 대중 정책은 보호무역주의를 취하되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7월 바이든은 뉴욕시립대학교(CUNY)에서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가 미국 농가, 제조업,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강력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3월 포린어페어스지 기고에서는 “미국은 중국에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마음대로 한다면 미국과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계속 털어갈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은 우선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침해, 불공정 무역거래 관행 등을 근절하기 위해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복원시켜 중국을 압박할 전망이다. CPTPP 가입은 중국 견제를 위한 카드 중 하나다.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부과한 철강 관세 등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단기간 전면 철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자국 내 대중 비판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8월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 정책에도 대중 강경대응 방침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민주당은 “중국에 대한 민주당의 접근은 미국의 국익에 따라 인도될 것”이라며 “경제, 안보, 인권 분야에서의 대중 압박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자멸적인 관세 전쟁을 벌이거나 새로운 냉전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전쟁으로 국제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전략적 인내 되풀이 안 할 것”


대북정책도 관심사다. 비핵화 협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탑다운' 정상외교 대신 실무협상 위주의 '바텀업' 방식을 추구할 걸로 보인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10여 년간 강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국제정세가 전략적 인내로 회귀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이 핵능력 강화의 대가로 갖게 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를 옥죄고 있다. 정확한 수치로 측정은 어렵지만 수년 내 외환보유고 고갈 등 방식으로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관측된다. 

미국 정권 교체기에 협상력 강화를 위해 무력시위를 감행해 왔던 북한이 이번엔 도발보다 탐색에 나설 것이라 전망되는 이유도 제재 강화와 연관돼 있다. 코로나19로 경제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제재 강화를 불러올 '선을 넘는' 행동은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강경책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미국 역시 상황관리를 위해 대화에 나설 여지가 넓어진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격화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명확한 ‘중국 편’이다.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중국의 카드가 되도록 하기 보다 양자 관계 안에서 상황을 관리하는 게 유리하다. 중국 입장에선 동북아시아에서 주도권 강화를 위해 북한의 비핵화를 주도해야 한다. 2000년대처럼 6자회담 형식의 다자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미국에게 북한은 당분간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커진 내부 동요를 막는 게 먼저다. 바이든 당선자 측이 외교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수개월 간 북미 양측이 외교적 신호를 오인하면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대외정책 방향을 공식화할 수 있는 2021년 1월 북한 노동당 8차 대회와 도발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미 연합훈련 시기(2021년 3월)가 북미관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일동맹 강화


일본에 대해선 ‘동맹 강화’를 내세워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 회복을 위해 내정을 중시할 경우 미군 주둔경비 협상에서 현재보다 많은 부담을 요구할 수 있다. 동맹국의 부담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 때만 있었던 게 아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에 대한 국내총생산(GDP) 2% 수준의 방위비 지출을 결정한 것도 민주당 정권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였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달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주최로 열린 '미국 대선결과 분석 및 한미관계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미·일 동맹을 강화해 한국을 패싱하고 한일 관계를 이간질한 출발점은 트럼프가 아닌 오바마였다"며 "미국의 전략가들이 중국에 대한 견제로 중요하게 생각한 게 아시아, 그중에서도 일본과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바마 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