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1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으로 4000여명의 피해자를 만든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구속기소)이 검사 술접대 의혹과 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을 제기한 이른바 '옥중 폭로'를 내놓은지 오는 16일로 한달째를 맞지만 검찰은 지목된 검사소환도 하지 못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아래 수사팀을 교체하고, '향응 수수 전담팀'을 구성했지만 미적지근하게 시간이 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명확히 규명된 사실은 없다.
사실상 김 전 회장의 폭로와 반박, 재반박의 도돌이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가 로비의혹 당사자라고 밝히거나 언론 등으로 드러난 이들은 모두 접촉 여부를 부인하고 있어서 진실공방에만 수사력이 힘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秋움직인 폭로→전관 변호사·현직검사 압색했지만 '안갯속'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 이른바 '라임 수사팀'은 새 인력을 충원, 별동대격 전담수사팀을 꾸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검사 출신 전관 A변호사를 대동한 현직검사 룸살롱 술접대를 수사했다.
이중 4명은 금융조사부 소속이다. 남부지검에는 지난 1월까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있던만큼 금융범죄수사 최일선에서 뛰던 '선수영입'은 현직검사 접대의혹을 빠르게 털기 위한 조치로 여겨졌다.
전담팀은 지난 한달여 동안 A변호사와 검사 2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접대 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도 재조사했다.
5차례에 걸친 김 전 회장 재조사도 있었다. 김 전 회장 측에 따르면 그는 술자리에 참석한 검사들의 외양을 묘사하는 등 검사를 확정적으로 지목했다. 김 전 회장은 수차례 탈수증세 등 건강상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비교적 검찰 수사에 협조해왔다.
검찰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술접대 날짜를 특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수차례 조사를 통해 "술접대 날짜는 2019년 7월12일과 18일 중 하루이며, 이중 12일이 더 유력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또 이와 관련해 술접대 의혹 당사자들의 휴대전화 통화시각 및 위치정보, 차량 네비게이션 GPS 등의 확인을 검찰에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한달 간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탔지만 현재까지 명확히 실체가 드러난 것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또 김 전 회장의 입에만 기댄채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주면 증언하고자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은 김 전 회장 주장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A변호사는 "김 전 회장과 술자리에는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있었을 뿐 검사는 없었다"면서 "어떻게 7개월 뒤에 생길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를 미리 알고 소개시켜주느냐"고 반박했다. 검사 3인도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 로비' 수사도 지지부진
김 전 회장은 옥중 폭로문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의 라임사태 연루의혹을 부인하면서, 야당 정치인의 라임사태 연루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우리은행 행장 로비 관련해서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윤갑근 전 고검장·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윤 전 고검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고검장은 김 전 회장과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부인한 상태다.
여당 정치인과 관련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현재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부대변인 등이 관련 의혹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 의원은 2016년 총선 전후 김 전 회장으로부터 양복을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김 사무총장도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현직 국회사무총장의 명예를 극심하게 훼손한 보도와 관련해 즉시 김봉현 및 해당 언론사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할 것"이라며 강경 반응이다.
◇검거 전 "여당 혼쭐" 잡혀선 야당 위주 폭로…신빙성 논란
시사저널이 밝힌 녹취록 등에 따르면 검거 전 김 전 회장은 "야당은 빼고 여당만 다 혼쭐내겠다"는 취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드러난 김 전 회장 발언을 살펴보면 수사망이 좁혀올 때까지는 여당관련 역공을 고심했던 게, 수감생활을 하면서 굽히고 '정권인사들은 연루없다'고 선회한 모양새다. 최근 "여당 정치인에 대한 진술을 검찰 측에서 요구했다"는 취지도 맥락을 같이한다.
김 전 회장은 해당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누가 통화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다"라고 밝힌 상태다.
현재 시사저널 보도와 그의 주장이 대치하는 가운데 이는 최근 자신의 발언에 대한 신빙성에 무게를 두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검사 술접대와 정치인 로비 의혹을 제기한 이후 상황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고 가려는 의도인 셈이다.
검찰은 향후 관련 의혹 당사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실체 규명에 나설 전망이다. A변호사와 윤 전 고검장은 곧 소환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지목한 술접대 검사 3인 소환조사의 경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압수수색은 했지만 뚜렷한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수사 결과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지난 한달 간 이어졌던 진실공방의 소모전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