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답합행위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이후에 담합증거를 제출한 회사는 감면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감면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사는 기계설비공사 업체 20여곳과 함께 2008년 10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연도 및 건식에어덕트 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예정사 및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2014년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A사는 공동행위를 파기하고 공정거래법을 준수할 것을 명시한 공문을 그동안 합의에 가담한 업체에 발송한 다음, 담합를 통한 입찰을 중단했다.
그러나 공사이익 감소 등으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자 A사는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다시 담합에 참여했다.
이같은 사실을 적발한 공정위는 2016년 12월 A사에 23억5900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했다.
A사는 1차 담합에 대한 현장조사가 시작된 2014년 5월 답합행위를 인정하는 확인서와 담합협의금을 지급받은 통장거래내역을 제출하면서 공정위에 감면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미 담합행위를 증명할 증거가 충분하다"며 감면신청을 기각하고 A사가 조사에 적극협력한 점만 고려해 10%를 감경해 과징금을 20억6300만원으로 변경하는 결정을 했다.
A사는 "조사협조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면서 감면거부처부 취소 소송을 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증거제공 등의 방법으로 조사에 협조한 자'는 과징금을 감경·면제할 수 있고,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1순위 조사협조자와 2순위 조사협조자에 대한 요건을 구분하고 있는데, 1순위 협조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Δ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단독으로 제공한 최초의 자일 것 Δ공정위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였거나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에 협조하였을 것 Δ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된 사실을 모두 진술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협조하였을 것 Δ그 부당한 공동행위를 중단하였을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2순위 조사협조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Δ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단독으로 제공한 두 번째의 자일 것 Δ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된 사실을 모두 진술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협조하였을 것, Δ그 부당한 공동행위를 중단하였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서울고법은 "2순위 조사협조자에게는 1순위 조사협조자와 달리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였거나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에 협조하였을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며 "A사는 1순위 조사협조자는 아니어도 2순위 조사협조자는 될 수 있으므로, 공정위는 A사가 2순위 조사협조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이미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이후에는 '조사협조자'가 성립할 수 없다"며 "이는 1순위는 물론 2순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거래법령이 1순위와 2순위 조사협조자를 구분해 규정하고 있는 것은 증거를 최초로 제공한 자 뿐만 아니라 두번째로 제공한 자까지 감면을 허용하고자 하는 취지일 뿐"이라며 "1순위 조사협조자가 없는데도 2순위 조사협조자가 성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A사의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를 부정하면서 그와 별도로 2순위 조사협조자 해당 여부를 살피지 않고 감면신청을 기각했다고 해서 거기에 어떤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정거래 소송은 신속한 판단으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고법과 대법원의 2심 체제로 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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