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재수(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강서구갑) 의원실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미한국대사관은 ‘구글 등의 앱스토어 운영정책 관련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부 유선통화 결과’라는 제목의 공문을 지난달 3일 정부 관계부처(외교부·산업부·과기정통부·방통위)에 보냈다. 지난 국정감사 이후 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 일정을 조율하던 시점이다.
USTR은 미국의 국제통상교섭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대표는 장관급, 부대표는 차관급에 해당한다. 해당 문건은 주미한국대사관의 상무 라인과 미국 USTR 부대표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현재 기밀로 분류됐다. 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특정 미국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점에 문제를 제기, 통상 문제 등에서 한국 국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구글을 앱 선탑재 관련 반독점 혐의로 지난 10월 제소하는 등 미국 내에서는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외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도입이 논의되는 디지털세에 대해 미국 IT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관세 보복 카드를 꺼내는 등 자국 기업 보호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재수 의원은 “미국 측의 우려를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기부, 공정위 등 관계부처가 사실상 묵인하고 있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으로, 통상 이슈 등 문제는 국회가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EU 등 해외와 비교해보면 국내 정부의 대응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 개정과는 별개로 현행 공정거래법, 약관규제법으로도 충분히 제재 가능하다는 다수 전문가 의견이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공정위 조사도 속도를 내야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7건이 올라와 있다. 구글이 구글플레이에서 유통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자사 인앱결제 시스템 적용을 강제하고 앱 통행세(수수료율)를 30%로 인상하는 정책을 지난 9월 발표, 국내 관련 업계의 반발을 사면서 마련된 법안이다.
당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연내 통과될 것처럼 보였지만 국정감사 막바지에 야당 측에서 돌연 신중론으로 전환하면서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이어 구글도 한국에만 내년 9월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시적으로 잦아들었으나 여전히 불씨가 남은 상태다. 국회 과방위는 7개 개정안에 대한 통합·보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콘텐츠업계 관계자는 “USTR에서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은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 7개 모두가 앱마켓 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해석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내년 9월까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법 개정 관련 논의가 꾸준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