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에는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 70억~90억달러(약 7조5600억~9조7200억원)가 동결됐다. 외국에 동결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 중 최대 규모다.
이밖에 한국은행에도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맡긴 초과 지급 준비금이 3조원 이상이 예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계정의 자금을 합치면 국내 은행에 최소 10조원이 넘는 셈이다.
앞서 이란중앙은행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양국간에 외화를 직접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교역을 할 수 있는 원화 결제 계좌를 운용해왔다.하지만 미국이 2018년 핵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자금이 한국의 은행에 동결됐다. 이에 이란 정부는 한국이 이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의약품과 방역 물품을 수입하기 위해 외화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동결된 자금을 백신 대금으로 입금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에선 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을 거래하는 경우 제재의 예외가 허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 백신 구입을 위해 동결자금을 이용하는 방안이 허용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이란 혁명수비대가 조기에 한국 선박의 억류를 해제할지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박 억류는 환경문제와 관련된 기술적 사안이란 주장이 나오지만 결국 동결자금 문제와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이란자금이 은행에 동결된 것인데 선박 나포 문제를 두고 논의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은행에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 6일 밤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과 실무자들로 구성된 대표단 4명이 이란으로 출국했다. 대표단은 현지에서 이란 측과 양자 교섭을 통해 억류 문제 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한국과 이란 간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 폭넓은 협의가 있을 것"이라며 "최근에 발생한 선박 억류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연히 관련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