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4일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1회 책임수사관 인증서 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2021.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57)은 민갑룡 전 청장(56)과 곧잘 비교된다. 두 사람 모두 경찰대 4기 출신으로 동기들 사이에서 손 꼽히는 우등생이었다. 청장 임기 동안 경찰 66년 숙원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과제를 맡은 것도 공통점이다.
업무 스타일은 판이하다는 게 경찰 내부의 시각이다. '기획통' 민 전 청장은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 직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했던 반면,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던 김 청장은 업무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한 뒤 직원들에게 믿고 맡기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내부 평판 긍정적…"현안 이해 높고, 의사 결정 빨라"

김창룡 청장은 지난해 7월24일 임기를 시작해 오는 8일 '취임 200일'을 맞는다. 경찰청과 시·도별 경찰청 내부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일하기 좋은 상사'라는 인식이 퍼졌다. 주요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의사 결정도 빠르다는 게 중론이다.


지방의 한 경찰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치안 환경에 변화가 생기고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방안을 현장에 안착해야 하는 이 시점에 경찰 수장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김 청장이 회의 때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 업무 추진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 많다"며 "현안 이해도가 높아 판단도 빠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도 "업무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김 청장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하고 선 굵은 리더의 전형"이라고 했다.


최근 단행된 경정 이하 실무진 인사에는 경찰 서열 3위 계급 치안감(국장급)의 의사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정 이하 경찰공무원 임용은 경찰청장의 권한이지만 직원들을 직접 지휘하는 각 기능 국장의 판단을 존중해 인력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실무진 인사는 국장들의 뜻대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청장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흔치도 않고 쉽지도 않다"고 했다.

전임 민갑룡 청장의 리더십은 '만기친람'(萬機親覽)에 비유된다. 만기친람은 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세밀하게 업무 지시를 하는 리더를 이를 때 쓰인다. 그의 임기 시절 압박감을 토로하는 직원이 적지 않았고, 실제로 민 전 청장에 대한 호불호도 갈린 편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경찰청장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2020.7.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다만 민 전 청장이 뚜렷한 성과를 냈다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꼼꼼한 업무 처리와 강한 추진력으로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민 전 청장은 경찰 측의 논리를 가다듬어 지난해 1월 국회에서 통과된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상당 부분 반영했다.
본래 취지가 후퇴하는 조항이 이후 하위법령에 규정됐다고 하지만 "민 전 청장이 없었다면 수사권 조정의 입법화 자체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 전 청장이 수사권 조정을 최종 설계했다면 김 청장은 그것을 현장에 안착해야 중책을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부실 수사' 악재…리더십 시험대 올라

김 청장의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르다. 그러나 '시험대'에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천구 입양아 사망 사건 부실 수사'에 이어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이 거센 논란으로 번지면서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권한 확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31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박범계 장관을 기다리고 있다. 2021.1.3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올해부터 국수본부장(현재 공석)이 수사를 총지휘하는 것으로 규정돼 김 청장은 전임 청장들과 비교해 부실 수사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수사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논란이 또다시 발생할 경우 김 청장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권 조정의 원년인 올해 정초부터 경찰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빠지면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며 "김 청장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건', '이용구 차관 수사' 관련자들을 즉각 징계하거나 대기발령 조치하며 선제 대응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국수본이 출범했다고 해도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역할 분담이나 업무 분장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어쨌거나 김 청장이 경찰 수장으로 있는 만큼 그 책임을 홀로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수본부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김 청장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경찰청장과 국수본부장은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유지해 권한이 한쪽으로 쏠리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지난달 1일 출범한 국가수사본부의 취지가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권한권 비대화를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공모 절차에 돌입한 국수본부장 인선은 설 이후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늦어도 이번 달 안에 임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경찰청장과 국수본부장의 관계는 흔히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비견되는데 추미매 전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사례처럼 극심한 대립 구도로 치닫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김 청장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인물이 국수본부장으로 오는 지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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