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시장이 1000억원대로 성장했으나 대다수 수제맥주 업체들은 생사기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수제맥주업계는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수제맥주 성장세 이면엔… 소규모 업체 "매출 90% 급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최소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에는 800억원 규모로 전체 맥주 시장의 3%에 불과했으나 이 비중은 지난해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장세는 지난해부터 맥주에 부과하는 세금이 종가세(가격 기준)에서 종량세(용량 기준)로 바뀐 영향이다 . 종량세로 전환하면서 수제맥주 소비자 가격은 30%가량 낮아졌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수제맥주는 편의점 ‘4캔 1만원’ 행사에 참여하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늘렸다. 편의점에 파는 일부 수제맥주는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편의점에 입점한 수제맥주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수제맥주를 소매점에서 판매하려면 캔입·병입(음료를 캔·병에 넣는 기술) 설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은 탓에 영세업체는 판로 개척에 애를 먹고 있다. 면허를 가진 수제맥주 제조사 150여곳 중 이 같은 설비를 갖춘 곳은 채 10곳이 되지 않는다.
설비를 갖고 있더라도 소매점 입점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정된 편의점 매대 안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업 맥주는 물론 각종 수입맥주와 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제맥주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업과 마케팅 역량이 떨어져 경쟁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입점하려면 초도 물량을 맞춰야 하는데 수제맥주업체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수준”이라며 “특히 편의점에서 4캔 1만원 행사에 참여할 경우 수익이 별로 남지 않는다. 이 때문에 캔입 장비를 보유하고도 편의점 입점을 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수제맥주협회가 국내 수제맥주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 납품을 하는일부 수제맥주업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세한 수제맥주 업체들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최소 50%, 최대 9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업체들은 휴직 또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 “온라인 판매 허용해달라”
이에 업계는 수제맥주 온라인 판매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행 주세법은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2017년 7월부터 국민 편의와 전통주 진흥차원에서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 수제맥주업계는 전통주와 마찬가지로 주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소규모 맥주 제조사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와 수제맥주업체 41개사는 8일 성명서를 내고 “영세한 소규모 맥주 제조자들이 비대면 시대에 자생력을 확보하고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존폐 위기에 내몰린 수제맥주업체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3000㎘ 미만 규모의 양조장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들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들을 위해 긴급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제맥주협회와 수제맥주업체 41개사는 “국내에서도 소규모 맥주 제조자들에게 온라인판매를 허용한다면 편의점이나 마트 입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규모 업체들이 판로를 얻고, 소비자는 다양한 수제맥주를 보다 쉽게 마실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회에서 영업제한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맥주제조를 겸하고 있는 업체 특성상 소상공인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맥주제조 및 유통 관련 매출손실은 보상 범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법제화되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회성 보상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